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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따기

에세이 한 꼭지

by 모루

- 자왈 고사리


4월 초순이 지나면서 곶자왈에는 상춘객-나물 채취 복장을 갖춘 여전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선수들(새벽부터 팀으로 움직이며 대량으로 고사리를 채취하여 팔아넘기는 삼춘)들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추세는 도민을 넘어 제주도 여행객들도 소문을 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화려하고 산뜻한 봄나들이 복장부터 기능성 등산복에 스틱으로 무장한 곶자왈 체험단으로 간간이 그들의 sns를 통해 자왈 고사리 채집 영상을 보여주며 제주도의 봄을 소개한다.


한차례 씩 고사리 장마가 내릴 적마다 한 뼘씩 자라나는 고사리는 무릎까지 올라온 마디 굵은 자왈 고사리가 가장 맛난다.

틈틈이 수확한 발 빠른 선배들의 입소문이 이 마을 저 마을에 퍼지면 소문만큼이나 고사리 채집원들도 불어난다. 제주도 전 지역으로 퍼지는 수동적이지 않은 자발적인 고사리 축제는 자연이 주는 자유로움에 생산 활동이 가미된 풍족함으로 나른한 봄에 활력을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5월부터는 급격히 더워지는 섬의 특성상 고사리 채취 기간은 약 한 달만 주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한 달 동안 노루처럼 수가 불어난 고사리 채집원들은 곶자왈 이곳저곳에 길을 만들고 곶자왈 주변도로는 그들이 주차된 차의 행렬로 좁아진다.


아내도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여 나를 데리도 곶자왈을 누비며 보이는 대로 쑥이며 달래며 두릅까지 채취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인간이 오랜 기간 동안 채집활동을 중심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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