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아무것도 아닌 것의 행복
김 모루
눈앞에 줄 지어 선 저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녹나무 같기도 구실잣밤나무 같기도 한
난대림 숲의 울타리에는
이미 여름이 한창이다
책에서 벗어난 내 시선이
자꾸만
유리창 너머 여름숲으로 건너가
농염으로 얼룩진 울창한 나무에
자주 머무른다는 사실 외에는
소란스러웠던 혹한 뒤
여름이 토해낸 입김에
푸른 이끼가 덮인
초현실적인 야생의 숲을
아련한 눈빛으로 마주하는
아무것도 아닌 행복감으로
겨울바람에 울려 퍼졌던
광장의 메아리는
폭염의 반도 저편으로 희미해지고
평범함의 새로움으로
날 것의 싱그러움이
다가오는 우리의 여름이
축복으로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평화로운 한 때의
목마름 하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