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이 소룡 닮은 선배는
노란 츄리닝에 쌍절권을 돌리던 선배는
자취방의 한 벽면에 용쟁호투의 이 소룡 사진을 붙이고는
날마다 자세를 잡고 “아호” 소리를 지르며 그의 모습을 흉내 냈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머리 스타일 역시 사진 속의 모습을 닮아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걸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참았지
사각 벽에 사방으로 놓여있는 빈 맥주병은
화장실 갈 시간을 아끼려고 소변통으로 쓴 거란다
그 후 다시는 그 방을 찾지는 않았지만
이 소룡 닮은 선배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악당을 물리치며 영웅으로 나기에는 너무나 험했던 시절에
울분과 좌절, 절망과 분노를 쌍절권으로 달래던 선배는
여전히 무색한 시절에 쌍절권을 돌리며 어떤 악당을 물리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