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밤의 눈
밤의 눈이 길어지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불빛이 겨울 속에서 정겨울 때
엘베강은 노을 속으로 고즈넉이 흐릅니다
잘 다듬은 돌다리 난간에 두 팔을 모아 머리를 받치면
중세의 귀족이 된 기분입니다
긴 돌층계를 내려가면 공성전에 쓰인 투석기가 보입니다
나는 충돌이 되어 절벽을 건너 다른 편 중세의 성으로 던져집니다
깎아질 듯한 협곡을 넘어 하늘로 솟구치다 땅으로 내려가는 일련의 과정이
안시성 전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작센 주의 최고라는 츠빙거 궁은 화려합니다
군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를 수집했습니다
독일의 마이센 도자기, 중국의 청화백자와
특히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 속에서
웃고 있는 규슈의 이 삼평을 발견합니다
기술을 장인으로 받드는 나라들은
고귀한 정신의 장인을 존경하여 나는 이들을 사랑합니다
날로 변하는 미래의 도시 서울을 보면 나는 점점 퇴색되어 갑니다
태어난 곳과 살던 곳은 모두 사라졌고 잘 정돈된
뒷산만 서울을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서울의 밤은 찬란하지만 슬퍼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박물관을 찾습니다
옛 것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들의 외로운 밤을 따뜻하게 해 줄
밤의 눈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녹차를 마시며 뜨거운 도기에 손을 대봅니다
한강은 노을 속에서 묵묵히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