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특별한 가을
여우놀 잔상이 남아
두 개로 나뉘며 사라진 시간 너머로
바다에 홍학 다리를 담은 풍력발전기가
선 채로 아침빛에 물든 새벽을 맞는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선선하여
차창을 조금 열고 가을길에 들어서면
바람을 가르며 전진하는 도로 위에는
한가로이 선회하는 황조롱이 한 마리
눈높이의 고추잠자리들 들판을 떠돌고
잎이 황록색으로 탈색되는 모습에
나는 마치 무언가의 강력함에 이끌려
텅 빈 허공 속에 빨려 들 것만 같다
소멸 때문인지 엔딩의 기대감 때문인지
혹여 다시 피워낼 사랑의 불씨를 고대하면서
여름의 잔상에 진한 향수를 뿌려대고
잔혹한 슬픔을 탈피하려 내내 몸부림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