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나의 방문 틈으로
보이지 않는 문이 열린다
적막이 흐르는 방 안에
서서히 나의 세계가
펼쳐지면
고단한 마음은
하이얀 옷으로 갈아입고
떠날 채비를 한다
고苦도 없고
낙樂도 없는 세계에서
환희歡喜의 춤에
나를 내맡기니
어느새 마음은
하이얗게 물들어간다
/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절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만났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니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가라, 만일 그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사실 ‘홀로’와 ‘혼자’는 품사만 다를 뿐 문맥의 의미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해본다. 사전적으로 혼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동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홀로는 ‘자기 혼자만의 상태’이다. 즉 혼자는 외로움이 동반된다면 홀로는 즐거움이 동반된다.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깊은 밤, 오늘 하루 진흙에 더럽혀진 마음은 날숨으로 배출하고 상쾌한 마음을 들숨으로 흡입한다. 그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는 온전한 나와의 만남은 가장 충만한 기쁨의 시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홀로 있음이다.
# 홀로 있음 / 2021. 10. 17.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