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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Mar 27. 2022

몇 번의 봄

몇 번이나 더

수줍은 목련을

볼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더

흩날리는 벚꽃을

볼 수 있을까  

   

오롯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짙도록 보자  

   

어느 늦은 겨울날

시들어가는 나의 몸에서

벚꽃 내음 피어나면     

봄에게 먼저 소식을 띄우자

    

너를 잊지 않았다고

너의 유려한 향기가

나를 꼬옥 감싸고 있다고

     

/     


강풍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벚꽃이 만개했다. 아파트 화단에 목련도 어떤 것은 이미 지고 어떤 것은 활짝 피어나고 있다. 제아무리 강한 바람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나 보다. 문득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울컥했다. 무엇이든 오래 보고 간절하게 보자. 더 이상 볼 수 없는 날, 나의 가슴이 유려한 봄날의 향기를 기억하도록...       


# 몇 번의 봄 / 2022. 3. 27. punggyeong       






당신 소식


기다림이

기다림인 줄 알았더라면

기다리지 말았을 것을


열이틀 밤

차오르던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삭이려

긴긴밤을 지새우니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당신은 어데 가고


헛헛한 마음이

명치 타고 내려와

귓속말로 조근대는 것을


지나가는 밤바람은

천리를 달려

당신에게 전하겠지


행여 바람이

소식 전할 길을 잃어

밤길 헤매 돌지언정


꽃피는 봄이 오면

바람결에라도

당신 소식 전하겠지


/


기다림은 머무름이다. 희망이나 기대를 가지고 그 자리에 그대로 변치 않고 서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차가운 돌처럼 서 있어도 가슴에는 뜨거운 불덩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머물러 있을 때 피어 나는 애끓는 감정이니 대상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기다림이나 그리움은 없다.


기다림이 끝나면 그리움도 끝난다. 기다림이 없다면 그리움도 없다. 살다 보면 못 만나서 애달픈 일도, 안 만나서 무정한 일도 겪게 된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것과 기다리지 않으면서 그리워하지 않는 것, 어떤 것이 더 견딜만한 일일까.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 피천득, <인연>

                                                                                                                                 (2020. 3. 27. Fac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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