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콤플렉스.
나는 168cm에 50kg. 얇은 종아리에 소위 말하는 꿀벅지와 넓은 골반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괜찮은 몸매다. 하지만 나는 완벽하지 않다. 사람들은 내 외모에 대해 마음대로 단점을 집어 말한다. 광대 나온 얼굴, 트러블 피부, 이마에 흉터, 이상적이지 않은 체지방과 근육량, 터진 살.
나는 발달한 광대뼈와 턱이 시각적으로 이목구비를 다소 묻히게 하는 게 아쉬울 뿐, 콤플렉스라고 생각한 적 없다. 눈, 코, 입, 턱 모두 선이 뚜렷하고 치아도 교정이 필요 없을 만큼 가지런하다. 그런데 타인의 눈에는 광대뼈가 불편하게 보이나 보다.
일부러 이마의 흉터를 시술받지 않고 생긴 대로 사는데, 그게 콤플렉스로 보인다니 우습다. 10살쯤, 동시에 살이 찌고 키가 많이 크면서 살이 텄는데 그게 콤플렉스여야 한다니 억울하다. 백옥 같은 피부는 아니지만, 여드름은 하나의 질병 아니던가. 그 또한 억울하다. 내 몸을 만져보면 부드럽고 어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2년 동안 10kg 정도 살이 쪘었다. 44, 55 치수를 입다가 66, 77 치수를 입어야 했다. 웬만하면 맞는 청바지가 없었다. 엉덩이가 40인치가 넘어서 어렵게 골반에 맞춰 사면 다리는 줄여 입어야 했다. 옷가게를 가면 맞는 옷을 찾기 힘들었다. 날씬한 여성을 위한 옷밖에 없었다. 계절이 바뀌어 옷 정리를 하고, 옷을 코디할 때마다 부해진 몸뚱이를 깨달으며 우는 날이 많았다.
주위에서 살 빼라는 잔소리와 걱정 섞인 말, 그놈의 말, 말, 말이 정말 많았다. 장난 섞인 독설도, 배려 없는 잔소리도, 걱정 섞인 조언도 모두 다 독약이었다. 마치 나를 게으르고, 스스로 무신경한 사람인 양 취급했다. 살을 빼지도 못하는 의지박약 취급도 덤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사람들의 태도였다. 날씬했을 때와 살이 쪘을 때 나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외모마다 미묘한 태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살이 찐 나에게 덜 호의적이고, 덜 호감을 보이고, 덜 친절했다.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한약 다이어트로 요요를 경험하고 더 살이 쪘다. 운동을 배운다더니 식탐만 늘었다. 다이어트가 가능할까 싶었다. 다이어트를 실패한 원인은 명백히 외모지상주의에 정신이 병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몸이 못 버텨서 그런지, 조금씩 건강을 찾은 건지,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짧은 근력운동을 시작하고 점심을 밥 대신 과일을 먹었다. 먹고 싶은 건 피자건, 짜장면이건 다 먹었다. 다만, 시간을 지켰다.
몸무게가 48kg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덜 행복했다. 내 정신은 이미 외모지상주의에 병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날씬하다 못해 원하는 대로 말라졌지만, 이제 외모에 대한 긍정, 부적 모든 평가에 알레르기가 생겼다.
새벽에 매일 먹고,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마르지 않으면 내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이 생겼다. 그냥 편하게 살면서 편안한 생각을 하고 싶다.
칭찬과 비난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과 쿨한 척 제멋대로 콤플렉스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질렸다. 그래서 나는 미리 나를 비하한다. 나는 그리 예쁘지 않다고, 나는 SNS에 뜨겁게 올라오는 헬스녀들의 잘빠진 근육이 없다고. 나는 미란다 커가 아니라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나는 큰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 나도 더 예뻐지고 싶지만, 내 모습을 부인하면서까지 예뻐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내 모습을 부인한다. 덜 예쁜 모습을 부정적으로 말한다. 모든 부분이 다 예쁘고, 완벽하다면 연예인을 했을 텐데.
덜 예뻐도 내 모습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여기저기 엄마 닮아, 아빠 닮아 이렇게 조화롭게 생겼다. 나는 외모 콤플렉스는 없다. 그러나 나는 외모지상주의 콤플렉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