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어제는 15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새벽부터 일어나 오전에는 익숙지 않은 곳에서 낯선 이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오후에는 익숙한 곳에서 인파에 떠밀려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나는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멋진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비가 부슬거렸다가 해가 떴다가 폭우가 쏟아지기를 반복했다. 집에 있는 고양이와 창밖에 둔 작은 화분들을 종종 떠올렸다. 서점을 나와 비를 맞으며 거리를 한 블럭을 건넜고 귀여운 저녁을 먹었다. 오늘 날씨에 비해 실내는 내내 추웠기에 카페에서는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소매가 긴 두꺼운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도 추워, 늘 입는 가을 재킷을 걸치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대체 재킷은 언제 벗을 수 있는 걸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카페 마감 시간이 되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 앞까지 오는 버스가 있는데 아직도 어디서 타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근처에 있는 정류장에서 집 근처로 가는 처음 보는 버스를 탔다. 집에 돌아오니 하루 종일 혼자 있었던 고양이가 단단히 심통이 나 고기 파우치를 하나 먹이고 씻고 나니 자정이다. 이 시간에 배가 고픈데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불과 얼마 전에 잔뜩 본 장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가방을 뒤적여 오늘 연수에서 받은 초코스틱을 두 개 먹고는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9시 반까지 자다가(중간에 고양이가 밥 달라고 세 번 깨워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주고 물도 갈아주고) 극심한 허기에 눈을 떴다. 집에는 여전히 먹을 게 하나도 없었고 무언가를 만들 기력도 없어 누운 채로 배달 앱을 깔았다. 정작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내 몸은 15시간 동안 집 밖에서 타인에 둘러싸여 있느라 매우 지쳤던 모양이다.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에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형상화한 것 같은 kfc의 1인 세트를 입에 넣는다. 콜라를 커피로 변경할 수 있어 기쁘다. 고양이는 옆에서 동그란 배를 내밀고 쿨쿨 자고 있고 나는 선풍기를 틀어둔 채로 온몸의 세포에 스며드는 자극적인 맛을 느끼며 어제 받은 책을 펼친다. 그제야 나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에 꽤 상처를 받았단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