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내릴 채비를 마치고 교통카드도 찍고 문 앞에 서 있기까지 했는데 하차 벨을 누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내가 내릴 역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걸 본 후였다. 다급하게 벨을 눌렀지만 버스는 이미 다음 정거장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요즘 많이 피곤한가 다소 충격 속에 서 있는데 아무리 달려도 다음 정거장이 나오질 않는다. 하필이면 매우 긴 한 정거장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역까지 타고 가서 지하철을 환승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갑자기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역 앞에서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고 있다. 집에 돌아오자 형언하기 힘든 피로가 몰려왔다. 당장 침대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동시에 배도 무척 고팠다. 어쩔 수 없이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그대로 잠들었다. 오후 8시쯤이었다. 추워서 어렴풋이 잠이 깼다. 잠결에 주섬주섬 이불을 끌어 덮었다. 온몸이 삐걱거린다, 몸살인가? 겨우 눈을 떠보니 다음 날 아침 10시였다. 이렇게까지 오래 자다니. 커튼을 열어보니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다. 아, 그래서 일어나질 못했구나. 내일 아침 수업이 취소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일은 3개의 수업이 연속으로 있는 날이라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빈속에 커피를 들이붓고 아침부터 크림빵을 먹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이 쌓여있고 그중 무엇부터 처리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앞으로의 날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면, 내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내 옆에 두두는 없겠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