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당신이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by 백현진

책을 읽다가 문득 이 분위기 내가 아는 어떤 것인데 독창적이면서 익숙한데 아 내가 좋아하던 어떤 시인의 글과 비슷한 온도구나 밤에 맥주를 마시며 자주 읽었다 그의 시는 폭풍처럼 내 마음을 내 감정을 항상 들쑤셔놓았다 한 칸짜리 방의 벽에는 노트에 갈겨 쓴 그의 시 한 편이 아무렇게나 붙어있었다 그는 추문을 남기고 해명 대신 죽음을 택했다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그의 글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몇 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 후로 그의 시집을 열어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책장에 먼지가 쌓인 채 던져져 있다 지금도 떠오른다 떠오르면 여전히 쓸모가 있었다고 적어도 나에게는 그때의 나를 휘두르고 던지고 결국 나인 채로 서 있게 했다고 그렇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여전히 그의 글을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재능을 가진 사람들 모두 도덕적이고 청렴하기를 바랐다 내가 그들의 재능을 사랑한다고 영원히 말할 수 있도록 어째서 잘 알려진 주제에 아무렇게나 살다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그래서 내가 그의 재능을 그의 글을 이제는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도 없도록 만드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인생인데 망친 시처럼 구겨서 던져버릴 게 아니라 조금 더 밑줄을 긋고 단어를 고르며 면밀하게 살피고 고민하고 슬퍼하며 그렇지만 계속해서 살 수는 없었을까 그러는 너 자신은 얼마나 흠 없이 도덕적이고 옳게 된 사람이냐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없다 나도 거리를 걷다 누군가의 얼굴이 아주 커다랗게 붙어있는 걸 보면 무섭다 나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자신의 얼굴이 저토록 커다랗게 붙어있다는 것 세상 사람들이 온통 자신을 안다는 것 무섭지 않을까 나는

그들을 대신해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용감하고 나는 겁쟁이다 구석 자리에 보이지 않게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도 나는 내가 저지른 수천 가지의 과오들을 떠올리며 두려워한다 아무도 나를 발견하지 말아 주기를 나의 과오를 눈치채지 못하기를 무엇이 진짜 인생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당신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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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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