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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띠 Jul 24. 2020

우리들의 엔(n)생

_선택과 삶에 대하여

10번만 선택해도 내 인생은 1024가지가 되는 건가?


무심코 시작한 망상은 곧 구체화되어 갔다. 가령 선택지가 2개인 문제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나는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10개가 있고, 각 문제에 대한 선택의 결과는 중복되지 않는다(각 문제는 서로 독립이다)고 가정한다. 그 외의 다른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첫 번째 선택의 기로에서 A와 B 중 A를 선택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로에서는 C와 D 중 C를 선택했다. 그러면 나는 { AC, AD, BC, BD }의 4가지 경우의 수 중 { AC } 하나의 경우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1번부터 10번 문제까지 선택을 반복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1024가지이다. 이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내가 살 수 있는 ‘인생의 수’는 단 하나뿐인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선택지가 딱 두 개뿐인 경우도 잘 없고,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더 많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 앞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하나하나 선택을 거듭하여 수많은 ‘인생의 수’ 중 단 하나의 인생만을 살아가는 셈이다.


선택을 망설여 본 적은 별로 없다. 딱 한 번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자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런데 이번 망상의 과정에서 곰곰 생각을 하다 보니, 좀 더 신중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단 10번의 선택으로도 1024가지의 인생이 만들어지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인생의 수가 존재할까?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인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엔(n)생’인 셈인데, 그 중 올바른 선택 딱 하나를 해야 한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택들도 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그러나 정말 중요한 선택의 경우에는 어떨까. 소위 인생에서 단 세 번만 찾아온다는 기회의 순간, 섣부른 선택으로 기회를 날려 버린다거나, 진학이나 진로와 같은 중요한 선택을 별 생각 없이 클릭 한 번으로 결정한다면….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숫자 앞에서 선택의 무게를 실감했다. 몇 번의 선택만으로도 나는 수많은 나를 포기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책임감 있게 살아내야만 한다.


따지고 보면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선택 하나로도 나는 방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짜장면을 먹은 나와, 짬뽕을 먹은 나는 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떤 종류의 선택이든 선택의 순간에는 늘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메뉴를 고민하느라 끼니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선택하는 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고민 끝에 선택했다면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말자. 선택을 망설이는 자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엔생’을 살고 있다. 신중한 고민이 선행되었다면 주저하지 말자. 지금 바로,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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