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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ug 31. 2024

너무 아픈 관계는 내 것이 아님을

애쓰고 버티는 당신에게.

힘든 결혼 생활에 지쳐 이혼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분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아마 매일매일 이혼을 고려해 봤을 수도 있고, 하루 이틀, 그렇게 한 달, 일 년을 참다가 10년도 넘게 이혼을 못하고 있는 분도 계실 것이다.


내 경우, 이혼 결정은 아주 신속했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내 마음과 몸을 상하게 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내 남은 생을 맡길 수는 없었다.
이혼을 결정하는 과정에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리고, 하루라도 빨리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파탄내고, 결혼으로 얽힌 많은 인간관계와 경제적 관계와 내 삶의 많은 부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이혼'이라는 과정은 쉽지 않다. 거기에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결혼의 유지'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질문해 보면 어떨까.
아마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이유.', '사회적인 이유', '정서적인 이유', '자녀 양육의 이유' 등등 많은 부분에서 결혼이라는 관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결혼은 연애와 달리,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유지되지는 않으니까.

많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결혼을 거래로 여겼다. 그래서 배우자를 사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우습게 여겨질 정도였다.
사랑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대들과 하는 것처럼 불륜이 횡행했다.




정말로, 결혼 생활에서 '사랑'은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사랑의 정의는 무엇일까? 연애 시절 끌렸던 것처럼 '페로몬'이 마구 뿜어져 나오고, 남녀의 이성적인 끌림이나 신비로움, 호기심, 정복하고 싶은 욕구,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 내가 바라는 대로 완벽하게 나를 사랑해 줄 거라는 착각, 혹은 헛된 희망. 어설픈 기대. 그런 것들로 결혼한 사이의 배우자에게 사랑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배우자와의 사랑은 남녀 간의 그것을 넘어선다. 오죽하면 배우자는 '가족'이라 칭하면서 데면데면 지낼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다. 이혼했다고 해서 상대 배우자를 사랑했던 과거의 마음이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고, 사랑이 사랑이 되길 바라며, 결혼의 파탄을 최대한 막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더랬다. 더구나 전남편은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던가.


그래서 어리석게도 재결합을 시도했었다. 함께 면접교섭을 하면서, 묘한 안정감도 느꼈었고, 다시 노력해 본다면 관계를 회복하고 되돌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런 헛된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곧, 실망은 두 배의 아픔이 되어 상처를 가슴 깊이 못 박았다.




애정하는  김광석 가수님의 명곡 중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곡이  있다.

세상에 얼마나 상처받고 아팠으면  사랑이  아니었다고
단언할  지경까지  갔을까??   



가사 중에 기억나는  대목이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말기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길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님의 노래를 마음으로 들으며 다시금 "잘했다" 되뇐다.
이혼은 최선이었다. 단순한 자기 합리화가 아니다.
할 만큼 노력해 봤고, 그래서 그 관계에 후회는 없다.
이혼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당사자인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미 파탄난 관계는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자.
너무 아픈 관계는 당신의 인연이 아니다.


갈등이 꼬일 대로 꼬여서 풀기엔 단단히 굳어버린  관계, 말이  쌓일수록 더 갈등이 깊어지는 관계.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상대는 이해해주지 못하고 더 오해하고, 상처는 겹겹이 쌓여만 가는 관계.

그럴  땐  그냥 너무 어려운  관계는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쿨하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있다고 해도,  우리를  끊임없이 불편하고 힘들게 하는  관계들  때문에

내가 계속  괴로워야 하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 내가 불행하면, 내 자식도, 나의 부모님도 괴롭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관계들은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곁에 남을 테니.



살다 보면 때로는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관계도 있다. 하지만 그 관계 역시 나의 선택이었고, 한 때나마 지극히 내 마음을 빼앗았던 소중한 대상이기에, 과거의 사랑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한 때는 사별과 이혼의 차이에 대해 인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비록 내 옆의 배우자는 없을지언정, 내 아이의 아빠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참 든든하고 감사하다.



비록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내게 소중한 2세를 남겨준 그 사람에게는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그 사람이라고 이런 이별을 바랐던 것을 아닐 테니.
그저 나의 아이의 아빠로서 잘 살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https://youtu.be/IwZtD0 XB7 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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