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기는 파란펜으로 적고
잠들기 전 반성문은 까만펜으로 적는다
삼색펜 잉크가 따로 떨어질까 봐
이름을 적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빨간펜으로 적었지
카드명세서 표준전속계약서 주차과태료 전입신고 폐차신고
착한 마음은 이미 다 죽었지
교실에서 지우개 따먹기 하면서
판치기 하면서 운동장에서 자유투 내기 하면서
구름사다리 밑에 묻혀있지 나의 좋은 부분은
발차기를 얻어맞던 체육관의 일은 어떤 색의 펜으로도 적지 않고 뾰족한 쪽으로 찍어버리고 싶지 구름사다리 밑에 묻어버리고 싶지
노을은 미치게 빨갛고 빨간색 잉크는 넘치도록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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