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모래사장

by 황인경

스무 번은 돌았을까

눈은 다 녹았고 길과 모퉁이마다 얼룩이다

겨울을 지나는 방법을 몰라서

같은 노래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때 너는 그랬고

나는 가사가 드문드문 기억나는 대로

낮게 불렀다

반 이상은 잊어버렸는데

자꾸만 화음이 어긋나는 동안

골목은 더 길게 이어졌다


건널목 차단기가 올라가고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볼 수 있을 때쯤

건너편은 바다에 반쯤 잠겨

하얀 포말의 불규칙한 글리치를 만들다 지웠다했다

기억은 세로로 쌓이고

그 모든 바다의 모래사장은 넓게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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