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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Aug 06. 2024

산책

어느 습한 밤이었다

고개가 자꾸 떨어질 것 같아서

애써 가슴을 세우고 걸었다

시끄럽네-

저 매미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적막했을까

장대비 같은 소리 속에서 잠시 얼굴을 쉬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평생을 이렇게 걸어온 것 같았는데 아닌가

갑자기 어색한 순간이 온다

젠장-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헤아리며 걸으면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내일이 오지 않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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