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지 이틀째 되던 날 나만의 루틴이 깨져버린 것 같았다. 전 날 중이염으로 열이 높게 올랐던 셋째가 수액을 맞고 열이 내리자 다시 활발하게 노는 모습을 보고 다음날이면 보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아이는 아침부터 가지 않겠다고 나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를 보내기엔 시간이 늦어버려 아이랑 놀아주자 마음먹고 보내지 않기로 했다. 보내고 싶은 마음과 보내지 말자는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 갈등이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귀가 아프다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배우고 활동하는 곳인 어린이집을 아이를 돌보는 곳으로 알고 아이를 맡겨버리려는 마음으로 비칠 것 같았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아이를 보내고 싶었지만 엄마로선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았다. 억지로 보내서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에게 괜한 상처를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오랜만에 아이와 놀아주자는 생각이 겹치면서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또한 엄마로서의 고민일 테니, 지금의 마음을 글에 녹여보자는 마음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전날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서인지 더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내 품에 파고들며 안가,를 반복해서 말했다. 고민이 되는 나는 갈까?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안 간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이니 결국 잠에 들었다.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아이를 보내겠다고? 누군가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깨어난 후 기분 좋은 상태로 아이와 놀아주자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은지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떼를 썼다. 아이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내일은 꼭 어린이집에 가자고 말했다.
날은 덥고 땀은 줄줄 흐르니 집에 있기가 답답했다. 나는 징징대는 아이를 업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인근 대형마트로 향했다. 아이와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시켜 먹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아이 기분도 회복되었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작은 장난감도 사주고 같이 게임도 했다.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모른 채 음료수를 사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더운 날씨 속에서 금방 금방 마음을 푼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더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해줄 정도로 풍족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었다.
집에 돌아와 씻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엄마 말 안 들으면 아무것도 안 해줄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 그런 내 말이 씨도 안 먹히는지 배고프다고 징징대었다. 밥 먹고 씻는 거다,라고 말한 후 간신히 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켰다. 엎치락뒤치락 사랑과 미움을 오가는 매일이다. 그런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며 헷갈릴 수도 있는데 아이는 어떻게든 엄마의 사랑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졸릴 때 배고플 때 심심할 때 언제든 엄마를 찾는다. 잠도 꼭 엄마가 안아서 재워주어야 한다. 엄마의 다리를 베고 잠이 든다. 엄마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다잡는다.
나 자신으로서는 이기적이고 부족한 사람인데 엄마로서의 나는 사랑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사람으로서 본능적이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 빠져 버린다면 그곳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하고 감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 가정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를 품고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은 자녀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자녀들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발전하고 싶은 동기가 부모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부족해도 나를 탓할 수 없었다. 그저 부모이기에 자녀를 품는 마음이 대해와 같기를 바랐다.
나는 오늘도 아이를 품에 안으며 사랑을 느꼈다. 살아가는 이유를 확인하며 더 열심히 살아내자고 다짐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발견하며 사랑이 주는 깨달음을 온마음에 새겼다. 나로서는 자신이 없지만 엄마로서의 나는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힘을 아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품어주는 사랑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자녀를 위한 마음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희생을 통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상대를 위할 때 사랑의 힘이 발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도 자녀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나는 부모이자 엄마이다. 사랑한다 아이야. 내 딸아.
작가님들께 ⸜❤︎⸝
셋째는 오늘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셋째의 마음을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트램펄린에서 쉬지 않고 뛰는 아이를 보며 안심이 되었습니다. 중이염으로 인해 약을 먹은 지 이틀째 까지만 해도 귀가 아프다고 해 걱정이 되었는데, 셋째 날인 오늘 아프다는 한마디 없이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데리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화를 내는 못난 엄마인 저는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이를 가지면서 결심했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늘 아렸습니다. 상처가 되었다면 그 부위가 아물도록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꽉 안아주고 사랑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놀아줘 보자 마음을 먹고 키즈카페에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3시간을 풀로 꽉 채워 놀았습니다. 중간에 키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는 놀이시설이 있어 좌절하며 울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놀이를 도와주고 같이 해주는 직원분이 아이와 함께 다니며 놀아준 덕분에 마지막 시간까지 알차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작가님들이 계셔주셔서 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진심은 언제가 통하리라고 믿습니다. 작가님들의 모든 글 속에 진심이 꾹꾹 눌러져 담아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가로서의 가치를 발현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마음은 사랑을 아는 자에게 통할 것입니다.
저는 사랑을 아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실천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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