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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한 시집 한 권을 챙겨 나갔다. 문군에게 이렇게 지낸다 말하며 건넬 참이었다. 도서관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무성한 초록 이파리들이 볕을 밀어내고 있었다. 미대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피워올리는 담배 연기에 더위와 젊음은 어떤가 생각해 보았다. 멀리서 문군이 손을 흔들며 뛰다시피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학교 근처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더운데 칼국수 괜찮으세요?"
문군이 도전하듯 말했다. 딱 좋지, 교수가 말하며 웃었다. 푹푹 찌는 날씨임에도 교수는 문군의 목소리와 머리칼, 걸음걸이에서 싱그러움을 느꼈다. 그와 함께 걷고 있으니 공기마저 신선했다. 교수는 자신의 자세와 걸음을 의식하며 걸었다. 아파 보이거나 늙어 보이진 않을지 걱정하면서.
"그래 이번 소설은, 어떻게 적었나."
교수는 문장 끝을 올리는 법이 없었다. 단조로운 그의 말은 귀를 잘 기울여야만 뱉는 것인지 건네는 것인지 묻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바지락이 든 칼국수를 든 종업원이 상 위에 그릇을 올려두고 간 뒤에 문군이 답했다.
"전쟁만이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문군의 표정이 다채롭지 않음에도 교수는 그에게서 퍼져 나오는 힘을 느꼈다.
"힘든 소설이었겠구만. 문군은 어디서 힘을 비축하나."
"글쎄요, 밥심인가."
문군이 웃으며 칼국수를 건져 올렸다. 교수는 이따금 해감이 덜 된 바지락 때문에 씹는 것을 갑자기 멈추곤 했다. 문군은 다시 합평 수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꼬불꼬불한 면을 빨아들이던 교수가 그런 날은 이제 안 와, 답하며 허허 웃었다.
"건강해지신 것 같아요."
문군의 말을 듣고 교수는 웃음을 깜빡한 사람처럼 퍼뜩 생각이 났다. 담배와 술을 끊고 건강관리에 힘쓴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