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 날
길을 걷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했다.
“바지에 매미가 붙었어요.”
아무리 돌아봐도
보이지 않아
손을 휘휘 젓는데
손가락 마디에
낯선 물체가 걸린다.
돌아보니
매미 한 마리가
울지도 못한 채
내 바지에
붙어 있었다.
9월의 어느 날,
바람도 좋고
기분도 좋던
어느 저녁.
실컷 놀다
빵집엘 들어갔다.
식빵을 사야지,
소시지 빵도 살까
대화를 주고받는데
목 뒤가 간지러
손으로 툭, 만지니
얼마나 오래 있었을지 모르는
귀뚜라미 한 마리가
내 목에 붙어 있었다.
도대체 요새 왜 이렇게
뭐가 붙는지 모르겠다며
잔뜩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이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엄마 몸에 매미랑, 귀뚜라미가 붙었어,라고 말하자,
걔네들은 좋은 친구들이야?라고 다시 묻는다.
그럼~ 좋은 친구들이지!라고 대답하자
이번엔
왜 붙은 거야? 한다.
그러게 왜 하필 나일까, 속으로 생각하며
적당한 답을 고르고 고르는 데
아이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도 좋은 친구였나 봐.
엄마가 '나무' 같았나 봐.
.
.
수십 년을 살아도
사는 게 버겁고
사람들을 대하는 게 어렵고
세상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
안으로 깊이
더 깊이
침몰하는 중이었다.
도통 사람 대하는 건
늘지 않아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아이가 내게 말을 건넸다.
“엄마는 좋은 친구인가 봐.”
.
.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보다는
적당한 사람이 되어가는 게 쓸쓸했던 내게
그 한 마디가 와 꽂혔다.
갈 곳을 놓친 매미에게
방향을 잃은 귀뚜라미에게
잠시 쉴 곳이 되었다면
찰나의 나무가 되어주었다면
누구에게든지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됐다.
.
.
집에 도착해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데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