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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20. 2022

모래성 케이크

어린이집 하원 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른

놀이터에서 생각도 못한

생일파티


모래 그러 모아

토닥토닥

불룩하게 만들어 놓곤

나뭇가지 하나 꼽고

케이크라 한다.


마침 오늘 생일인

친구의 것인 줄 알았는데

엄마 케이크라며 어서

후~ 불라고 보챈다.


이내 나뭇가지 초 빼고

케이크 먹는 시늉까지

이건 완전 제대로다.


오전에 맞은 백신 때문에

컨디션은 뚝뚝 떨어지는데

하원하면

행여나 힘들게 할까

지치게 할까

긴장했던 내가

부끄럽다.

미안하다.


모래성 케이크 한 조각에

그만 아픈 것도 잊고

한바탕 즐겁다.


매일이

지금 이 순간

같았으면.


네가 준 모래성 케이크처럼

언제나 달콤했으면.


어느새 해 넘어가고

찬바람 휙

모자가 벗겨지는

겨울이다.


더 놀고 싶다는 녀석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가는 길이

어쩐지 조금은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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