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하원 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른
놀이터에서 생각도 못한
생일파티
모래 그러 모아
토닥토닥
불룩하게 만들어 놓곤
나뭇가지 하나 꼽고
케이크라 한다.
마침 오늘 생일인
친구의 것인 줄 알았는데
엄마 케이크라며 어서
후~ 불라고 보챈다.
이내 나뭇가지 초 빼고
케이크 먹는 시늉까지
이건 완전 제대로다.
오전에 맞은 백신 때문에
컨디션은 뚝뚝 떨어지는데
하원하면
행여나 힘들게 할까
지치게 할까
긴장했던 내가
부끄럽다.
미안하다.
모래성 케이크 한 조각에
그만 아픈 것도 잊고
한바탕 즐겁다.
매일이
지금 이 순간
같았으면.
네가 준 모래성 케이크처럼
언제나 달콤했으면.
어느새 해 넘어가고
찬바람 휙
모자가 벗겨지는
겨울이다.
더 놀고 싶다는 녀석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가는 길이
어쩐지 조금은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