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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y 16. 2022

넋두리


넋두리 : 불만을 길게 늘어놓으며 하소연하는 말


그렇다. 이 글은 넋두리이다. 조금 짙고 끈적끈적할 수 있다.


하루를 쪼개고 쪼개어도 시간이 나질 않는다. 예전엔 5시, 아니 늦어도 5시 40분에는 꼭 일어나서 글 한 편은 써보려고(적어도 초고는 적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요새는 6시가 넘어서 눈을 뜬다. 사실 알람 소리에 정신은 깼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 게다.


처음엔 아침잠인 늘어났나 싶어 저녁에 자지 않고 버티기도 했다. 딸아이를 9시 30분쯤 재우고 다시 나와 글도 쓰고, 책도 읽곤 했던 것.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되질 않는다. 아이 옆에 누워 등을 긁어주다 잠이 들거나 안 자겠다고 삼각 쿠션 위에 누워 있다가 안경 쓴 채로 잠든 적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 직장이 멀 때에는 이동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나름의 시간을 보냈는데, 가까워진 지금은 몸은 편해진 만큼 여유가 생긴만큼 내 시간이 생기기는커녕 더 쫓기듯 사는 것만 같다.


회사에 아이패드를 챙겨가도 글 한 편 완성하거나 책 한 권 읽기 힘들다. 퇴근 거리가 가까우니 지하철에서 종이책 한 번 펴기가 망설여지고, 그대로 집에 가는 길에 사랑하는 우리 딸을 데리고 하원하면 그때부터 다시 출근이 시작되니 도통 여유가 없다.


예전에도 없었는데 지금은 더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있을 것도 같은데 자꾸만 시간이 나질 않아 답답하다. 나 좋자고 한 일인데 스트레스만 늘어가니 아픈 것도 같아서 몇 주 전부터는 아예 아침에 시간이 나더라도 일을 하거나 글을 쓰지 않고 딸아이 아침밥과 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안 되는 걸 자꾸 들볶으면 더 안될 것 같아 시작한 일인데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니 나름의 요령이 생겨 요샌 갓 지은 밥에 반찬 한 두 개 만들어서 먹이고 먹는다. 오늘도 데친 두부와 브로콜리를 넣은 주먹밥을 만들어 먹이고 출근 중이다.


바쁘게 사는데 틈새가 없어 답답하다. 지금 삶에 만족하면서 살면 좋으련만 어쨌거나 본캐도 잘하고 싶고 부캐도 잘하고 싶은 바람에 몸과 마음이 늘 고생한다.


여러 가지 원인 중 잠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고생한 내 몸이 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당분간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만을 계획하고 해 나가기로 한다. 일단은 그렇게 해보기로. 그 후에 다음 단계를 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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