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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08. 2022

짧은 생각, 좋은 아침

4시 40분.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이 깼다. 몇 년 전에 떠나온 첫 직장이 꿈속에 나와 잠을 설친 듯하다. 너무도 사랑했지만 그래서 너무나도 힘이 들었던 첫 직장.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던 그곳에서 모든 짐을 정리하는 꿈을 꾸었다. 일어난 지 2시간이 넘었는데도 마음이 불편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시달린 것 같다.


어제 갯벌을 다녀왔다.

선선한 바람에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꾹 참고 하원 길에 유치원 놀이터에서 조금 놀아주고, 마트에 들러서 아이스크림도 손에 쥐어주었는데 몸이 힘들고 짜증이 난 내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었는지 딸아이가 자다가 말고 펑펑 울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엄마, 엄마가 나만 두고 버스에 타면 어떡해", "엄마! 엄마 나만 두고 놀이터에 가면 어떡해" 따위의 말이었는데 눈물을 하도 펑펑 흘리면서 말하기에 나도 그만 "속상했구나", "미안해" 하며 토닥이고 말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육감'이 가장 발달한 존재일지 모른다. 겉으로 드러난 말속의 감정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느낀다. 아이들 앞에선 언제나 말과 행동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놀이터에서 실컷 놀아줄 생각이다.)


책상 위에 5년 된 열쇠고리가 있다.

18년도에 임신했을 때, 한문 선생님이 만들어준 것이다. 정자로 쓰여있는 한문 이름과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적어주신 것인데 휴직하고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22년도에 우연히 찾았던 것. 다시 찾게 된 것도 믿을 수 없는데 글귀 또한 요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 며칠 전 순간, 버릴까 하는 마음을 잠시 멈추고 둔 것이 다행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이 안 되는 것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모두 잠든 시간

곧 7시가 넘으면 하나 둘, 기상을 할 것이다. 언제 깰지 몰라 불안하지만 고요한 이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덕에 씻고, 밥도 먹고, 이렇게 일상을 기록한다. 아마 10분 안에 이 '평화'는 사라지겠지만 오늘은 체크리스트의 절반을 해치웠기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글을 마치면 아이의 아침밥을 준비하러 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부득불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가. 생각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답은 하나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 때문이다.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적어 내려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 느낌이 좋아서. 그래서, 쓴다.


오늘 이 글 한 편으로, 마음에 후시딘 잔뜩 바르고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요새 좋아하는 드립커피까지 '아이스'로 마신 상태!)


아주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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