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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19. 2022

몸 챙기기, 마음 달래기

천천히 조금씩 스며들게끔

요 며칠 말을 하거나 무언갈 먹을 때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했던 것을 방치하고 늦게 병원엘 갔더니 몸살감기와 편도선염, 그리고 코감기까지 같이 왔다. 몹쓸 몸뚱이는 아프면 꼭 두통까지 데리고 와서 미칠 노릇이다. 금요일에 일찍 조퇴해서 병원 다녀오고 쉬고 또 쉬어도 낫질 않아 토요일은 자정까지 뻗어 있었다. 아이한테는 대충 장난감 쥐어주고 그렇게 그냥 침대에 누우면 눈을 감자 마자 뻗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약 먹고 며칠을 쉬니

오늘 아침은 조금 낫다. 아직 코 안에는 콧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그래도 두통은 많이 사라져서 다행이다. 아플 때면 꼭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데 이번엔 좀 특히 심각했다. 태생이 약한 내가 출산 후 자주 아프니 걱정이 앞선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어린 딸과 사랑하는 남편이 앞에 아른거린다. 의지를 다져야 할 때에 자꾸 마음 약한 생각만 한다. 아직 젊고 창창하다. 나쁜 생각 끝.


올 초 새로운 직장에 가서 가까워진 것은 너무나 좋으나 일이 거의 다섯 배 가량 늘었다. 오랜만에 하는 담임 업무가 생각보다 많고 힘들어서(물론 보람도 있지만) 출근과 동시에 퇴근까지 정말 미친 듯이 일만 하다가 집에 오면 또다시 일. 수업도 잘하고 싶어서 새벽까지 연구하다가 잠들고 일찍 일어나서 가족 먹을 아침밥 준비. 틈틈이 책 읽고 브런치에 글 쓰고 한 지 한 달쯤 되나?


몸이 버티질 못하는 것 같다. 그 좋아하는 일리 커피도 속 쓰려 끊고 요새 먹는 드립 커피도 멈춘 상황. 괜한 욕심에 체력도 안 되는데 버티다가 진짜 몸 상하겠다 싶은 마음이 문득 마음에 콕 박힌다. 사실 올 초에 출판 의뢰가 있었는데 만약 그것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한 번은 수액 맞으러 갔을 것 같다.


내게 또 다른 부캐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라 놓지는 못하고 늘 머릿속에 생각하고만 있는데 작년처럼 글을 쓰질 못해 스트레스. 일은 일대로 스트레스. 예민한 완벽주의자라 일도 잘해야 하는 것도 그 자체로 스트레스. 온 갖가지 괴로움을 떠안고 사니 아플 수밖에.


아직도 콧물이 흐르고 머리가 띵한 가운데

당분간 잠시 너무 심하게 나를 몰아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천천히 가도 되는 인생을 너무 빠르게 많이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니 몸이 아프니까.


일단은 꾸준한 밥벌이를 주는 직장에 최선을 다하고 곧 죽어도 엄마가 더 좋은 딸에게 마음을 쓰기로. 곁에서 응원해주는 우리 남편에게는 사랑을 주기로.


그래서 좀, 몸 좀 잘 달래고

마음 좀 잘 도닥이고 오기로.


당분간은 좀 천천히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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