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Aug 08. 2022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분위기를 내어 보는 것이다. 다섯 살이 되자 카페에서 조용히 있을 줄 아는 딸내미와 육아에 지친 남편을 데리고 동네 카페에 가 보는 것이다. 겨우 10분 거리의 카페를 가는 동안에 이미 땀범벅이 되어버린 몸의 열기를 식힐 겸, 달지 않고 맛이 좋아 자주 먹는 쿠키 한 입 맛볼 겸. 나 혼자만 단골이라 믿는 카페에 가보는 것이다.


마침 1+1 쿠폰이 있다 하니, 아이스 카페라테를 시켜본다. 원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취향이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라테를 부러 고른다. 5일 간 육아하느라 고생한 그이를 달래줄 아주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므로. 커피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고소하고 달달한 쿠키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딸에게는 냉큼 오레오 초콜릿 쿠키를 입에 물려줘 본다. 작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면.


방금 나온 아이스라테. 천천히 낙하하는 에스프레소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마셔본다. 시럽 없이 깔끔한  맛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라테가 목구멍을 지나 넘어가는 동안 잠시 밖을 바라본다. 더운 한낮의 열기는 사람들을 모두 어디엔가 가둬 버린 것만 같다.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방울이 모두 사라질 무렵. 입 안에 머금던 라테도, 쿠키도 사라져 있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도 이처럼 언젠가 흐르듯 해결되어 있겠지, 생각하려 하는데 잘 되진 않는다. 마음 같아선 커피 한 잔을 더 시켜 먹고 싶으나 쓰린 위를 생각해 멈춘다.


쿠키를 다 먹은 아이는 옆에 놓인 잡지를 꺼내어 읽기 시작하고 내 앞의 그이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쉬고 있다. 불과 5년 전에는 절대로 꿈꾸지도 못했던 순간들이 붙잡을 겨를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나른한 오후를 흘려보내던 어느, 주말.


매거진의 이전글 동글동글 동그랑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