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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레몬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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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y 19. 2024

결혼식

또각또각

또각또각



로비에 있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사뭇 즐거웠다.


- 누구야? 누구?

- 헐? 희수 씨?

- 대박.... 어떻게...!?


웅성거리는 소리는 마치

희수가 와선 안 될 곳에 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평소의 희수라면 멈칫하며 뒤돌아 갔겠지만

오늘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게 직성에 풀렸다.

그동안 ‘착한’ 마음을 먹어서 그렇지

한 번 꼭지가 돌면 가끔 미친 짓도 열심히 하는 희수였다.

물론,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볼 일이 많지 않았지만.




우진의 결혼식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일주일 전에 도착한 사내 메신저 때문이었다.


원래는 얌전하게 보내줄 생각이었던 희수를

움직이게 한 것은 바로

청첩장 속에 친절하게 그려진 결혼식장의 위치였다.


- 어머어머! 여기 엄청 좋은데 아냐?

- 어머나, 현아 씨 좋겠다.

- 우진 씨는 집이 잘 사나 봐? 이런 데서 턱턱 결혼을 하고!


희수가 우진과 연애할 적에

어쩌면 그와 결혼까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알아본 결혼식장이었다.

건물 전체가 웨딩홀인 그곳은

화사한 인테리어로 장식된 홀이 SNS에서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게다가 뷔페식으로 진행되는 피로연은 입소문이 나서

하객으로 다녀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교통도 나쁘지 않아 희수는 진즉에 이곳을 점찍어 뒀었다.


- 오빠, 여기가 위치도 좋고 식사도 맛있대. 식대도 괜찮고.

우리 결혼하면 여기 어때?

- 어? 어....

- 아니, 이것 좀 봐봐. 예약하려면 1년 전에 해야 한대. 지금 프로모션도 있는데 미리 예약해 둘까?


그때마다 지금은 우리 집 사정도 안 좋고, 당장 일도 바쁘다며 차일피일 미루던 우진이었다. 그때 진즉 알아봤어야 하는데, 나쁜 놈.


식장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희수의 마음은 들끓어 올랐다.

이별 통보를 받던 날도,

환승 이별이라는 걸 알았던 날도

이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다.

아니,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도

이런 기분이 들 줄은 몰랐다.


어쩜 네가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 나쁜 놈아.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가 있냐고!

이 쓰레기….!!! 쓰레기 만도 못한 놈아.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거세지는 심장박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솟아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추스르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희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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