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f 푸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푸름 Mar 12. 2021

사랑은 처형자가 아니라 순교자여라!

 평가는 정말 어려운 일이야. 모두가 동의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일시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은 생길 수 있다고 하여도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야.


 절대 객관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과학조차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주사위 놀이 말고는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세상에 살아가면서 말이야! 절대적인 것이 있다고 믿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지.


 그렇다면 평가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겠지. 만약 누군가가 건강하지 않은, 혹은 충분히 사려 깊지 못한 무엇인가를 산출해 내었다면, 그것에는 분명 피드백이 필요할 테야. 하지만 그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기준이 '절대 객관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그것을 기억한다면, 무엇인가에 관해 건강하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떠한 순간에도 극단에 치솟지는 않고서 말이야. 감상자는 아쉬웠던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창작자는 상처를 받지 않고. 기존의 창작자는 새로운 창작자를 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자는 기존의 창작자를 존경하는. 아, 얼마나 아름다울까!


 당신이 무엇인가에 약간의 시간을 더 투자했다는 것이, 그것을 무기로 들어 당신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당신보다도 더 그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말이야. 당신이 진정으로 그것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폭력이 아닌 관용을 선택해야 할 테야.


 우리 가벼워지지 말자!


 가벼운 종이 한 장은 누군가의 피부를 베어 버리지. 아프게 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말 못할 아림은 정말 서러운 일이야. 그러니 우리는 가벼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도톰한 책 한 권이 되자. 아픔이 될 수도 있었을 것들은 곱게 모여 지혜가 돼.


 다른 이의 가벼움을 마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언제나 가볍지 않을 수 있는 끈기가 함께하길.


 사랑은 처형자보다는 순교자의 모양에 더 가깝다는 것을 기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푸름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