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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열두달 Oct 25. 2024

기다림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

생명과 죽음이 알려주는 것

몇 년 전 선물 같은 아이 푸른이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작은 생명의 씨앗이 자라나는 모습이 정말 기쁘고 신기했다. 10개월의 시간은 기쁨과 기대로 가득 찼고, 얼른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렇듯 새로운 생명을 만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경이롭고 기뻤다. 기다림 끝에 아이의 얼굴을 직접 보게 된 그날은 삶에서 잊을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 동안도 기다림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육아하면서 수없이 인내와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었다. 주위와 비교하며 쉽사리 조바심 내지 않고 아이가 가장 적절하게 준비된 자신의 때에 앉고, 기고, 일어나 걸을 것을 믿고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빠르지 않았지만 아이가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말문이 트일 것이라 믿고 기다렸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새로운 기관에 보내면서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며 겪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들도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육아하면서 내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자라나고 해 나가는 것을 돕고 기다리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고 기다린 만큼 어느새 훌쩍 자라나고, 다듬어져 가는 소중한 과정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 질병이나 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자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해 건강 검진을 좀 더 꼼꼼하게 받고 있다. 당장 어딘가 심각한 상태인 것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소중한 아이와 가족이 있기에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불안감도 종종 찾아온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찾아오는 죽음, 다만 찾아오는 시기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죽음. 죽음 앞에 선다면 오늘의 삶,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다시 하루가 시작됨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의 순간순간에 집중해 본다.


생명과 죽음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는 것의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날들을 소중히 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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