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란 바다를 항해할 때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를 밟아보다 파도치는 바다 앞에 가만히 서보았다. 찬찬히 살펴본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장대하고 아득했다.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자연은 그토록 경이로웠다. 나는 바다를 보며 또 다른 두려움을 느꼈다. 이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모래를 가지고 장난치는 남편과 아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아이 셋을 데리고 깔깔 웃으며 바다에 뛰어드는 부모의 모습이 보였다. 변화무쌍한 파도에 즐거움을 느끼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계속 그 가족의 모습이 신경이 쓰여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의 비명이 들렸다. 어린아이 셋은 갑자기 찾아온 큰 파도에 중심을 잃었다. 쉴 새 없이 찾아오는 파도 속에 아버지는 허겁지겁 넘어져 있는 두 아이를 찾아 일으켰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이 셋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처음 아이를 마주했을 때 생명의 신비함에 놀라고, 그 작은 몸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두 부모에게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는 아이의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뱃속에서 보호받으며 고요히 헤엄치다가 크나큰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진 이 아이를 단단히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들로 채워주며 다치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느낀 두려움은 바로 잘 지켜내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에 빠질까, 넘어질까 두려워만 해서는 아이는 바다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없다. 아이가 직접 발을 담가 물살을 경험하고 파도를 느끼고, 두려움을 이겨나가고 그때 부모는 그저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때론 파도에 넘어져 휘청이고, 일어나지 못할 때 부모는 서투르지만 아이의 손을 잡아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온몸으로 파도를 맞고, 드넓은 바다 같은 세상을 항해하는 과정을 응원해 주고, 때로 손 내미는 부모. 아이의 바다를 지켜봐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