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정신 차려보니 가을이더라
올여름 지난하게 이어진 여름의 그림자는 마치 끝나지 않을 계절처럼 이어졌다.
여름이 길어진 만큼 겨울 또한 성급하게 다가 올것이라는 느낌에 매일 아침 어버버 하다간 놓쳐버릴듯한 가을을 즐기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공원은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속도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바뀐 계절의 빛깔을 보면 시간이 이렇게 지나왔음이 비로소 느껴진다.
다시 찾기 시작한 공원은 훨씬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휘저어 낱낱이 까발려진 밤송이를 들춰보고 또 들춰보는 사람들
아침마다 야외 경로당을 열어 간식 나눠먹고 수다 떠는 올망졸망 귀여운 어르신들
섹소폰 연주하시는 멋쟁이 할아버지 등등
잡초 취급을 받으며 봄, 여름의 설움을 견뎌냈던 맥문동은 보랏빛 향기를 뿜으며 숨겨왔던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곧 스쳐지나갈 가을이 참 사랑스럽다.
길을 걷는 한시간여의 시간은 생각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오늘 할일이 정리가 되고 전날 막혔던 글쓰기의 글감이 떠오르는가 하면 창의적인 영감이 마구 솟아난다.
그래서 소중한 아이디어들이 휘발되기 전에 잡아 두기 위해 집에 도착하면 노트북부터 열고 기록하는 하루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또 대충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