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로 찾아간 신경 정신과

상처 난 마음에 치료가 필요할 때

by 서윤

모든 게 싫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주말이 다가오는 것도. 이전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주는, 기다리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이런 것들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랑스러운 딸들조차도, 마주 대하면 웃음이 아닌 무뚝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작은 이랬다.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들을 매일 들었던 것이다. 아침에 생긴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긁혔다. 이전 같았으면 상처가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아물고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주기만 되었어도 그랬다.


매일 다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상처가 된 말들이 아직 머릿속에 선명한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치게 되는 상황. 그게 몇 달간 지속되니 그동안 내 마음에 자리했던 존경심과 감사함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윽고 긍정적인 감정들까지도 남김없이 다 소진되어 버렸다. 자연스레, 남은 건 미움, 분노, 원망 같은 차디 찬 마음들 뿐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머님은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를 돕기 위해 두 손녀딸의 평일 육아를 도우러 좋은 마음으로 오셨던 거다. 우리 집과 시댁이 매일 왔다 갔다 하기엔 힘든, 먼 거리이다 보니 주 5일 동거 생활로 이어졌고 그게 화근이었다.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는데, 상처받았을 때 회복될 시간이 필요했는데,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날이 선 말들이 연달아 오가며 상처를 주고받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랬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한동안 그렇게 얼음장 같은 마음 상태로 지냈을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이 결국엔 나를 갉아먹고 침잠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뱃속엔 셋째 아이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태아는 그 작은 몸으로, 마음으로 나보다 몇 배는 더 크게 느낄 터였다.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음에도 그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 났다.


엄마인 내가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무엇이든 해야 했다. 내 감정이지만 내가 조절할 수 없었고,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세상 모든 것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치료가 절실한 상태였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처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나는 정신 건강 의학과를 내 발로 처음 찾아가게 되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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