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엔 자기 전에 신경안정제를 먹다가 이젠 먹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큰 어려움도 없고 마음이 동요될 때가 거의 없는데도 왜 잠은 깊이 못 자는지, 이상하게 꿈은 왜 찝찝한 꿈만 꾸는지 모르겠다.
체감하지 못해도 아직 불안감이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어서인 걸까. 내가 불안을 감추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무뎌져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내가 점점 불안해진다. 결국, 이렇게 불안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야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불안뿐이었나? 어떤 감정이든 그랬던 것 같다. 당시에 충분히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직 살아있는 '너의 것'이라며 알리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불안 같은 경우 잠이라는 수단을 통해 내게 모습을 나타낸 게 아닐까 싶다. 선생님께서 불안을 걱정하는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불안은 잘못된 감정이 아닌 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얼마나 당연한 감정인지 자신의 경험까지 공유해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그래, 난 아직 괜찮지 않다.
그렇지만 이건 당연한 것이지 거부해야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