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ulenc | Mélancolie, FP105
'그는 내가 지금 알게 된 것을 몰랐던 거야. 이제는 확실히 알아. 이제 나는 알아.' 그리고 이미 그를 소리 내어 부르던 사람의 부름을 다시 듣는다. '가요, 가!' 그의 전 존재가 기쁨에 차서 상냥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자유롭고, 그 무엇도 자기를 더 이상 붙들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레프 톨스토이, '주인과 일꾼'
온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곳, 살을 에는 칼바람에 맞서며 휘청이듯 나아가는 세 존재가 있다.
두 명의 남자와 한 필의 말.
이 중 지시를 내리는 이는 주인 바실리 안드레이치다.
그는 한시라도 더 빨리 거래를 성사하고 싶은 조급함에, 눈보라가 치는 악천후도 개의치 않고 일꾼 니키타와 말에 의존한 채 힘든 여정을 이어간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어려워 똑같은 장소를 맴도는 상황임에도,
하룻밤 묵고 아침에 출발하라는 이웃의 권고에도,
추위에 신음하는 일꾼과 말의 모습을 볼지라도
그는 물질적 욕망 외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는 농민 출신인 니키타의 삶을 하찮게 여기며 생명까지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막상 니키타가 추위로 인해 죽음에 임박하자 돌연 온기를 나누고자 자신의 몸을 얼어가는 니키타의 몸 위로 던지게 된다.
어떠한 힘에 이끌려 취한 돌발적인 행동 후에 그에게 찾아온 것은
전 존재로서의 기쁨, 곧 희생으로 사랑을 발견한 기쁨이었고
그는 그렇게 처음으로 사랑의 기쁨을 맛보며,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채로 눈을 감게 된다.
삶을 알게 된 순간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이 다소 진부해 보이고 아쉬움이 들면서도
삶과 죽음은 언제나 맞붙어있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결말이었다.
또한 이 책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자신의 욕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살았던 주인을 통해 과연 내가 그간 품어온 욕망은 옳은 것이었는지,
나와 다른 형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해왔다고 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 보도록 만들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여서인지
적막감과 함께 약간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몰입하며 읽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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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lenc | Mélancolie, F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