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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Oct 23. 2020

조금은 이국적인 토마토 달걀탕

EP13. 단조로운 일상 속 부드러운 토마토 달걀탕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살면서 이렇게 일상이 일상 같지 않은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순간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고 있어서 답답함도 생기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은 하루에도 수 없이 들곤 한다. 주변에서는 조금씩 여행도 다니고, 대수롭지 않게 카페에 가기도 하던데 하는 일의 특성상 더욱 조심하게 되어 아직은 그럴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이런 일상은 내 식탁까지 영향을 미쳤다. 잘 챙겨 먹는다고 챙겨 먹어야 하루에 고작 두 끼인데, 그마저도 배달음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점심에는 회사 근처 식당들에 가고 있지만 매일 가는 곳만 가게 되니까 그리 다양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에서 챙겨 먹는 저녁도 별반 다르진 않고. 안 그래도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올해는 단조로운 반복의 연속일 뿐이다. 이럴 때 대단하진 않더라도 주말 하루 시간을 내어 맛집을 찾아가고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 한 번 먹는 게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었고, 나름의 힐링 방법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분명히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 날이 과연 언제 올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반복되니 더 답답하고 속상해진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평소에 먹는 음식과는 좀 다른 음식을 먹어야겠다. 이국적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그런 음식 말이다.

언젠가 양꼬치집에 가서 ‘토마토 달걀탕’이란 음식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토마토와 달걀의 조합인데 탕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맛있으니까 한 번 먹어보자는 지인의 권유에 메뉴를 시키긴 했는데 토마토 달걀탕을 처음 본 내 속 마음은 ‘이 비주얼은 도대체 뭐지?’였다. 한국 사람에게 ‘탕’이라는 것은 뭔가 얼큰한 찌개 같은 걸 떠올리게 하는데 토마토 달걀탕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이라고 보기에도 좀 어려웠고 뭔가 끈적함이 가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먹는 게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워낙 달걀을 좋아하니까 이런 음식도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입 먹고 나서는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토마토와 달걀이라는 식재료의 조합은 상큼하지만 담백하고, 그래서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었다. 거기에 끈적일 것 같았던 국물은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말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는 그런 맛이지만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데 상큼하고, 신선함을 주고 여기에 부드럽고 담백함까지 주는 음식이다. 입맛이 없거나 몸이 그리 좋지 않을 때 따끈한 토마토 달걀탕이 생각난달까?








토마토 달걀탕 재료 및 만드는 법


-재료: 토마토 2개, 달걀 3개, 대파 조금, 진간장, 참기름, 후춧가루, 전분물(물 2, 전분 1)



1. 토마토는 꼭지를 버리고 썰어준다(어차피 끓이면서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예쁘게 썰지 않아도 된다.)

2. 대파는 송송 썰어둔다.

3. 기름을 반 소주컵 넣고 썰어둔 파를 볶아 파 기름을 낸다.

4. 기름이 끓으면 토마토를 넣고 볶아준다. 토마토 모양이 망가져도 상관없다.

5. 어느 정도 토마토가 볶아지면 물 3컵 넣어주고, 진간장 2스푼을 넣는다.

6. 끓으면 전분물을 조금씩 부어 걸쭉하게 만들어주고

7. 농도가 맞춰지면 따로 풀어놓은 달걀을 그리듯이 부어준다.

8. 참기름 살짝, 후춧가루를 톡톡 뿌려서 완성.






아마 저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그 일상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지니까 조금씩 조금씩 지쳐갑니다. 하지만 그 일상을 찾기 위해서는 지쳐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간단하지만 조금은 이국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어봤어요. 고작 한 끼 식사지만 이 시간이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되어 주더라고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다시 힘내서 이 답답함을 버텨 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저녁, 조금은 이국적인 토마토 달걀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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