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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Oct 29. 2020

알록달록 스팸 삼색 덮밥

EP14. 보기 좋은 스팸 삼색 덮밥이 먹기도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급한 대로 가을 옷들을 주섬주섬 꺼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여름옷에 부피가 큰 외투까지 뒤죽박죽이 되기 일쑤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며칠은 애써 모른 척했는데,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을 거 같아 주말 중 하루는 옷 정리와 대청소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책상이며 화장대며, 결국 대청소를 하게 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옷장만 깔끔해지면 괜히 다른 곳이 더 엉망인 것처럼 보여서 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옷장 정리를 미루고 미루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대청소를 하다 보니 정리의 범위는 제 방을 넘어섰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방 중 하나는 김치냉장고를 비롯한 라면 등등의 식재료를 보관하는데 겨울에 되기 전에 왠지 이 방도 깔끔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새로 수납함까지 샀거든요. 수납함을 이리저리 조립하고 자리를 잡고, 뿌듯한 마음으로 정리를 끝내려던 그때. 라면 상자 아래 가려져있던 스팸 선물세트를 발견했습니다. 가깝게는 이번 추석, 멀게는 지난 설에 받았던 선물세트들이었어요. 사실 명절 선물세트 중에서는 가장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스팸이 들어있는 세트인데, 막상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보니 어느새 잔뜩 쌓여있더라고요. 물론 일용할 식량이 많다는 것은 마음이 든든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만큼은 잘 챙겨 먹자.’라는 다짐을 올해에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안 이곳저곳을 정리하며 고생도 했고, 잊고 지냈던 스팸도 발견했으니 뭔가 예쁘게 한 상 잘 차려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스팸은 그냥 굽기만 해도 밥도둑 그 자체이지만 좀 더 그럴싸한 한 끼 식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컸거든요. 그래서 저는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고, 쪽파를 다듬으며 ‘스팸 삼색 덮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팸 삼색 덮밥 재료 및 만드는 법


-재료: 스팸 1, 달걀 4개, 쪽파(부추, 대파)

-스팸 양념: 간장 2, 맛술 2/3, 설탕 1/2, 다진 마늘 1/2

-달걀 양념: 설탕 2, 소금 1/2



1. 쪽파는 쫑쫑 썰고, 스팸은 채 썬 후 다시 작게 깍둑썰기를 한다.

2. 썰어둔 스팸을 팬에 볶고 양념을 모두 넣어 양념이 졸아들 때까지 볶는다.

3. 달걀에 간을 해서 풀고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붓고 달걀 소보로(스크램블보다 더 작게)를 만든다.

4. 밥을 펼쳐 담고 스팸, 달걀 소보로를 소복하게 올린 후 가운데 쪽파를 올리면 끝.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말처럼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어도 예쁘게 잘 담긴 한 그릇은 훨씬 맛있어 보이잖아요. 매번 반찬이 없을 때, 입맛이 없을 때 찾게 되는 스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제대로 한 끼를 챙겨 먹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재료로, 간단한 조리과정과 조금의 시간을 투자하면 보기에도 아주 예쁜 한 그릇을 만들 수 있어요. 조금은 색다른 한 그릇을 찾고 계시다면 스팸 삼색 덮밥을 추천합니다.


오늘 저녁, 아기자기함 가득한 스팸 삼색 덮밥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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