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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Dec 18.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5. 대추차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차 한 잔

저희 집 골목 끝에는 2층짜리 주택 한 채가 있습니다. 그리 넓진 않지만 작은 마당도 있는데, 그 마당에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제법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관심은 없었어요. 단지 그 근처에는 놀이터가 있어서 어린 시절에는 친구들과 정말 자주 갔었거든요. 어느 날 담벼락을 밟고 그 나무에 올라간 그 집 아저씨를 발견하고 오히려 제가 더 무서워했던 기억도 있어요. 그때만 해도 대추라는 건 당연하게 ‘검붉은 빛깔에 쪼글쪼글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매끈하고 싱그러운 연두빛깔 열매 몇 개를 쥐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대추를 떠올리면 뭔가 약재와 함께하는 냄새가 나는 거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연두 빛의 그 풋대추는 어찌나 아삭하고 달콤하던지. 마치 아주 작은 풋사과를 먹는 것 같았거든요.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저는 아직도 잘 말려진 검붉은 대추보다는 풋대추를 더 좋아합니다.






11월에 접어들며 이제 올 한 해도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11월마저도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됐습니다. 물론 내년 이맘때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올해는 유독 시간이 더더욱 빨리 흐른 것 같아요. 점점 더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어서인지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대추차를 떠올렸습니다.

대추차는 대표적인 전통차 중의 하나잖아요. 그래서인지 전통찻집이 아닌 이상에는 사실 쉽게 만날 수 없기도 해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대추차를 굳이 찾아 마시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제법 입맛에 맞더라고요. 그리고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조금 늦긴 했지만 가을 수확 철부터 11월까지는 대추가 제철이거든요. 제철인 만큼 매서운 추위 속에서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효능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곧 올해의 달력이 한 장만 남게 되는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이 따뜻한 대추차로 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보리차에서 함께 해 보려고 합니다.






대추차는 대표적인 ‘겨울 차’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감기에 좋은 차로도 유명한데,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차라서 겨울에 유독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추에는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 해소와 면역력 보충에 도움을 줍니다. 감기는 물론 호흡기 질환에도 좋아서 비염에도 효과를 보인다고 해요. 또 한 가지 신기한 효능 중 하나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건데요. 때문에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우리 몸의 내장 기능을 원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고 체내에 쌓인 독과 가스를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대추는 100g당 99kcal로 칼로리가 높은 편이어서 과다 섭취 시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설익은 풋대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 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충치나 치통, 황달 증상이 있는 사람도 대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앞서 잠시 이야기했듯 전통찻집 등을 제외하곤  쉽게 만날 수 없는 대추차는 사실 만드는 과정이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먼저 잘 말린 대추를 깨끗하게 닦은 후 적당량의 물을 붓고 한 시간 정도 푹 끓입니다. 그 후 대추를 건져내서 씨를 제거하고, 체에 거르거나 대추의 과육을 으깨어 주고 끓인 물과 함께 섞어 다시 끓여내면 돼요. 아니면 대추를 잘게 썰어 꿀과 함께 재우는 방법도 있고요. 게다가 사과를 곁들이거나 인삼 등을 곁들이면 또 다른 대추차의 매력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저도 더 추워지기 전에 대추차를 만들어둬야겠어요. 그러면 이번 겨울 아주 따뜻하게 잘 보낼 수 있겠죠? 대추차와 함께 추운 겨울 건강하게 보내세요!

대추차와 함께한 오늘의 보리차는 여기에서 마치고, 저는 다음 주에 또 다른 차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오늘도 보리차와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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