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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Dec 21.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6. 유자차

겨울, 유자차의 계절

올해의 달력이 딱 한 장 남은 이 순간. 어김없이 한 해의 끝이 보이는 시간이 되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올 한 해는 알차게 보내야지 다짐했었는데, 올해는 유독 더 정신없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지나간 것 같아요. 1월 말쯤이었나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1년 내내 고통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내년을 걱정하게 됩니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잘 버텨내 왔잖아요. 이쯤 되면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칭찬 한 마디쯤은 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런 힘듦을 겪었으니 다른 상황도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나간 11월 달력을 한 장 뜯어내고 12월 달력이 보이는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주방으로 나가서 찬장 안에 있는 유자청을 꺼냈습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차 중 하나가 유자차라서 일까요? 저는 요즘도 신 것을 잘 먹지 못하는 편이라 유자차를 그리 즐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겨울을 떠올리면 종종 엄마가 유자청을 잔뜩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던 기억이 나요. 겨울에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 번 걸리면 호되게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때는 그 유자차 한 잔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예년에 비해 많기도 하고 특히 이 추운 날씨에 감기에 걸릴까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이럴 때 종종 유자차 한 잔 하면서 잠시 일상의 여유를 갖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살면서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이잖아요. 여유를 찾는 김에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차 한 잔 하면 몸도 마음도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요? 






유자를 떠올리면 특유의 상큼한 향, 레몬과 감귤의 중간 어딘가쯤인 노란빛이 떠오릅니다. 유자는 감기에 효과가 좋아서 겨울철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딱 지금. 11월부터 12월이 제철이라고 합니다. 많이 알려져 있듯 감기 예방과 치료에 좋은 유자는 감의 2배, 레몬의 3배에 달하는 비타민 C가 들어있습니다. 또 구연산도 풍부해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리모넨 성분이 목의 염증과 기침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거기에 식욕 촉진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데, 유자 속 펙틴은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리모넨과 펙틴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그래서 고혈압 예방과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헤스피리딘 역시 모세혈관을 보호하는데 ‘본초강목’에는 뇌혈관 장애로 생기는 중풍에 좋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리고 유자는 대부분 청을 만들어 차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껍질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잖아요. 유자 껍질에는 식이섬유가 많아서 껍질을 함께 먹으면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유자차를 끓여주시는 어머니께서 유자도 꼭꼭 씹어 먹으라고 하셨었나 봐요. 앞으로는 남기지 말고 유자도 꼭꼭 씹어 먹어야겠습니다. 






유자차는 겨울만 되면 정말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옛날부터 겨울에 많이 마셨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 어떤 일도 아무런 이유가 없는 일은 없는 거겠죠? 오늘 새콤달콤한 유자차에 이렇게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좋은 효능들을 떠올리면서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자는 유자청을 만들어 따뜻한 차로 마시는 게 가장 일반적이긴 하지만 유자청만 있다면 손쉽게 유자 드레싱을 만들 수 있어요. 유자청에 올리브유, 식초, 소금, 후추 등을 넣으면 끝이거든요. 싱싱한 각종 채소에 유자 드레싱을 함께하면 유자 특유의 상큼한 향에 맛있는 샐러드를 즐길 수 있으니까 유자청이 있다면 한 번 활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자차와 함께 우리 모두 건강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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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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