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장 - Prologue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요. 호르몬 때문인가요?”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것이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물론 호르몬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호르몬 탓만 할 수는 없다. 그럼 도대체 호르몬은 무엇이길래 이렇게 우리 몸 상태를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호르몬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밝혀진 호르몬은 약 100개 정도이지만, 알지 못하는 호르몬까지 합치면 약 4000개의 호르몬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장기, 피부, 근육, 조직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며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이다. 호르몬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데, 항상성이란 체내의 평형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에도 호르몬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가 인지하지 않는 사이에 호르몬이 하고 있는 것이다. 호르몬은 음식을 섭취한 후의 대사 과정과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과 같은 활력징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제어하고, 성장과 발달, 성기능과 생식, 수면과 기분에도 관여한다. 이 정도면 우리 몸의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르몬은 우리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호르몬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몸에 중대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 중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호르몬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떻게 조절할 수는 없을까?
호르몬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호르몬이 딱 맞아 들어갈 수 있는 수용체가 그 목적지 장기에 있어야지만 호르몬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열쇠와 열쇠구멍처럼 딱 맞아야지 문을 열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호르몬이 딱 맞는 수용체를 만난다면 호르몬이 전달하고자 하는 신호를 목적지 장기에 전달하게 되는데, 이런 신호들이 성장을 촉진하거나 혈당을 낮추거나 다른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게 된다.
호르몬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우리 몸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럼 여태까지 밝혀진 호르몬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호르몬이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호르몬과 관련된 질병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런 호르몬들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호르몬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꼭 필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늘 우리 몸을 위해 애쓰는 호르몬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