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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Dec 06. 2024

아이가 좋아할 책은 어떻게 찾을까

소소한 엄마표 북큐레이션 노하우

# 읽고 싶은 책 골라와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인 딸들에게 그냥 알아서 책을 읽으라고 하거나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라고 하면 흔한 남매, 민쩌미 같은 단순 재미 위주 책들이나 학습만화책을 집어들 때가 많다. 그래도 딴짓 안 하고 나름 책 읽는다고 스스로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해 우선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한다. 책을 무조건 싫어하고 거부하는 것보단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게 먼저니까.


그리고 학습만화 같은 경우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역사나 과학같이 다소 어려운 내용에 대해 지레 겁먹기보단 학습만화를 통해 쉽고 재밌게 흥미를 갖고 이해하게 도와주는 순기능도 있다. 아직도 첫째는 용선생 만화 한국사를 종종 재밌게 보고 이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체 독서 분량에서 조금씩 줄글책의 비중을 늘려갈 수 있게 노력하는 중이다. 쉽게 '보는' 컨텐츠보단 책처럼 '읽는' 컨텐츠들을 통해 스스로 사유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아이들이 책 중에 특히 줄글책을 가까이하고 익숙해졌으면 하는 게 엄마로서의 희망사항이다.


글밥이 있는 줄글책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스러움을 허물고 스스로 줄글책이 재밌다고 느껴야 나중에 더 호흡이 책들도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 아이 관심사와 연결해 주기

그래서 내가 가장 일차원적으로 생각한 방법은 아이의 관심사와 연결시켜서 꼬시는(?) 방법이었다. 아이가 최근에 관심 갖는 주제나 있었던 일들과 연관된 책들을 골라서 무심히 아이 옆에 툭 둔다. 그러면서 살짝 바람잡이처럼 이런 이런 내용도 있는 것 같더라 하면서 짧게 소개하고 빠진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한참 노래를 부를 때 강아지가 주인공인 책을 보여주고, 이빨이 빠지는 시기엔 이빨요정에 대한 책을 소개하는 식이다. 한참 부대찌개와 계란찜에 빠져 있을 땐 음식과 요리에 대한 책을 구해줬더니 신이 나서 재밌게 읽었다.


발레리나, 아이돌, 선생님 등 아이들이 관심 갖게 된 직업 관련 분야가 있다면 바로 책으로 연결시켰다. 아이는 자기와 조금이라도 연결 고리가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진다.


특히 세 자매인 우리 아이들은 언니 동생 같은 자매, 형제이야기가 들어간 책을 만나면 확 공감대가 형성돼서 읽고 또 읽는 경우가 많았다. 어쩜 얘네도 우리 집이랑 이렇게 똑같냐며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며 책에 빠져들었다.


굉장히 단순하고 뻔한 방법 같지만 효과가 좋았다. 책 표지나 제목만 보고서도 화색이 돌면서 아이가 먼저 책을 집어 들어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다 읽고 난 뒤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내 옆에 와서 신나게 쫑알댈 정도로 즐겨 읽는 모습이 보였다.



# 시리즈 책 묶어서 소개하기

아이마다 좀 다르겠지만 첫째 아이 같은 경우 어떤 책이 재밌으면 그것과 비슷한 종류로 계속 이어서 읽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반응이 좋은 책이 있다면 그와 비슷한 책을 찾아서 이어 읽게 하거나 애초에 시리즈로 묶어서 소개할만한 책들을 같이 구해준다.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구해주기도 한다. 그림책 작가는 작가 특유의 화풍이 있기 때문에 그림체만 봐도 그동안 봤던 책 중에 어떤 책을 쓴 작가인지 아이 스스로 떠올린다.


다행히 이 방법도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시리즈로 나올 정도의 책이라면 보편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재밌는 책일 확률이 높다.


최근 반응이 좋았던 책은 장갑 시리즈(용기를 내 비닐장갑, 거짓말이 뿡뿡 고무장갑, 질투는 아웃 야구장갑)와 꽁꽁꽁 시리즈(꽁꽁꽁 피자, 꽁꽁꽁 캠핑, 꽁꽁꽁 아이스크림)였다. 언니들이 읽고 재밌는 책은 막내를 앉혀두고 선생님처럼 다시 여러 번 읽어주기까지 한다.



# 정기적으로 책 바꿔주기

계절이 바뀌고 아이가 크면 옷과 신발을 바꿔주듯이 책도 같은 책을 계속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한참 많이 읽어서 관심이 낮아지고 잘 손이 가지 않는 책이나 연령에 맞지 않는 책들은 당근이나 이웃 무료 나눔 등을 통해 처분하고 새로운 책들로 바꿔준다. 다만 매번 새책을 구입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꾸준히 새로운 책들로 자주 바꿔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는 것이다. 직접 내 공간에 계속 소유해 둘 필요 없이 도서관 책들을 통해 다양한 수백 권의 책들을 순환시켜 가며 두루 읽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1년간 대출이력을 조회해 보니 200권을 가뿐히 넘어갔다. 틈틈이 부지런히 책을 빌려오고 반납하느라 정신없을 때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양의 책을 읽힐 수 있었다는 걸 수치로 보니 뿌듯했다.







'북큐레이션'이라 하면 엄청나게 전문적이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주제별로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한다'는 핵심만 본다면 우리 주위에도 엄마표 북큐레이팅을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아이에게 어떤 책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각각에 따른 알맞은 책을 직접 추천하는 것이 바로 북큐레이터의 영역 아닐까.


그러려면 일단 아이가 요즘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어떤 부분에서의 지식이 필요한지, 아이가 전과 달리 어떤 책을 덜 읽는지 등등 실제 독서 상황을 잘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기반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나의 소소하고 어설픈 북큐레이션을 통해 아이가 책 한 권이라도 재밌게 읽고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어떤 체계적인 전문 북큐레이션보다 성공적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사실 세 딸들의 특성이 다르고 나이대와 취향도 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마다 좋아할 만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좋아할 책을 찾기 위해 아이별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에 맞는 책이 어떤 게 있는지, 전문가 추천 도서 리스트도 보고 비슷한 또래 엄마들의 후기글들도 검색하며 요즘 인기 있는 책들도 찾아봐야 한다.


조금은 귀찮고 번거롭지만 아이가 무섭게 집중하며 재밌게 책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하고 보람찰 수 없다. 다음 엔 아이에게 또 어떤 책을 슬쩍 들이밀면 좋을지 즐겁게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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