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말에 꺄르르 웃어 넘어가는 웃음 소리. 웃으며 살짝 패이며 들어가는 인디언 보조개.
세상 티 없이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볼 때마다 순수한 그 웃음이 너무 예쁘면서도 늘 저 웃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도화지 같은 우리 아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지도, 또는 누군가를 생채기 내기 위해 내뱉는 모진 말도 배울텐데, 저 해맑은 아이가 세상의 손을 타 배울 모든 것들이 두려운 순간도 있다. 아이가 적어도 자신의 주관에 맞게 좋은 것은 받아드리고, 나쁜 것은 거를 수 있는 판단력과 사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말이 무엇이 있을까 참고할만한 좋은 말들을 찾아보곤 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나이 때의 어려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와의 마찰, 생각지도 못한 반 아이의 돌발행동, 사춘기가 될 때쯤 생기는 반발심, 독립심, 부모와의 관계 등 세상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그 순간들에서 우리아이가 가슴 속 깊이 새길 그 한 마디. 무엇이 있을까?
몇 해 전, 유명한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한 아버지의 대사가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그 당시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서로 내가 이 분야 전문가라며 쏟아지는 여러 육아 관련 정보 중에서 과연 내가 양육자로서 취해야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내가 가져야 하는 올바른 가치관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이 있던 터라 내 심금을 울리는 대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마음 아픈 일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 속에서 문제를 찾기 위해 나의 어린 시절을 곱씹어보고, 나의 가치관이 올바른지, 난 올바른 정서교육을 받았는지, 나처럼 세상과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와 주관을 가지고 마음 튼튼한 아이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내가 비록 부모가 처음일지라도 그걸 아이한테 이해해달라고 하지 않기. 우리 아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같은 든든한 부모가 되기. 부모라고 조언하다고 또는 화난다고 인격적으로 모욕되는 말은 입에 담지 않기. 적어도 나 같은 일은 되풀이되지 않게 마음 단단히 키우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아무 어려움 모르게 아이만을 위한 꽃길만 걷게하며 키우고 싶지만 적어도 누가 와서 째그락 하고 건들면 대응할 수 있는 온실 속 파리지옥쯤으로는 키우기.
그중에도 남편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우리 아이가 그런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자존감이 높으려면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생각이 올바르고 떳떳하다는 기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기조를 다듬기 위해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올바른 말을 사용하고 도덕적으로 자신이 떳떳할 수 있도록 가르쳐 자신의 행동에 부끄럼이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교정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6살 무렵부터 식사예절, 기상/취침 예절, 외출/귀가 예절 등을 알려주고 밖에서 아는 어른을 만나고 같이 있을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못되었을 때는 조근조근 설명해주곤 했다. 아이와 명심보감과 탈무드를 같이 읽기도 했다. 명심보감을 통해서는 올고 바름과 선과 악에 대해서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좋았고, 탈무드에서는 선하고 바른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등의 처세술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다행히 그런 인성교육이 아이에게 잘 흡수가 되었는지 고맙게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할 상황과 하지 말아야할 상황, 다른 어른이 베푸는 배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의 표현, 친구가 불편하게 행동할 때 예쁘게 그러나 당차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잘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고도 어찌나 마음이 안 놓이는지, 무교인 나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를 신에게 자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으면서 축복기도를 마음속으로되뇌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행복한 일만 겪게 해 주세요. 늘 건강하게 해 주세요. 설령 어려움이 닥쳐도 이 어린 마음속에서 강인한 힘을 발휘해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세요."라고.
또 어떤 날은 잠이 막 드려는 아이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너에겐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힘이 네 안에 있어. 네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기만 한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네 도화지에 그려낼 수만 있다면 넌 뭐든지 이룰 수 있어. 그러니까 뭐든지 해봐. 해보지 않고 안될 거라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뭐든지 해봐. 했는데 실패할 수도 있어. 괜찮아. 그럼 또 해봐. 또 실패할 수도 있어. 그렇다고 그게 안된단다고 생각하면 안 돼. 또 생각지도 못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거든. 네 손에서 놓지만 않으면 넌 뭐든지 이룰 수 있어. 그러니까 해보지도 않고 안되는 일이라고 먼저 실망하지 않고 너를 믿어봤으면 좋겠어."라고.
그런데 어느 날은 이 아이가 잠에 들지 않고 정신이 또렷했는지 나에게 반문했다.
"엄마 안자고..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그러면 저는 유튜브를 많이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허락해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