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분명 시크릿 '끌어당김의 법칙'의 신봉자임에도 불구하고 본투비 탑재된 불안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불안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우울증, 공황장애 약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난 평소에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고. 그 불안은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불안을 불러온다고.
극장.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식당.
이러한 공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괴한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언니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극장에서 누군가 총을 들고 들어온다면 나는 어디로 숨어야 할까라든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반대편에서 누군가 공격을 하려 한다면 나는 반대편에서 안 보이게 안쪽으로 붙어 드러누워야 하나 생각한다든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혹시나 북한 군인이 밖에 숨어서 조준을 한다면 나는 안 보이게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숨어야 하지 않을까라든지.
누군가는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런 불안 속에서 난 늘 일어나지도 않을 만약을 대비해 어딘가 숨어야 할 곳을 물색하는 버릇이 있다. 이로 인해 환청, 환각이 보이고 들린다던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백 번 수천 번 꿔왔던 전쟁하는 꿈을 꾸며, 또는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쫓기는 꿈을 꾸며 꿈속에서 늘 숨어 다니다 보니 현실에서도 불안이 나도 모르게 스며든 듯했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숨을 쉬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불안함을 자초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가족에게 처음 털어놓았다.
언니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처음 알았다며. 내가 아프다고 해서 그냥 남들 다 걸리는 그런 건 줄로만 알았지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며. 약 꼭 챙겨 먹으라며.
나도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데,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가끔 생각한다. 혹시 전생에 내가 전쟁통에 죽었나. 그래서 현생에서도 늘 불안 속에 살고 있는 건가 하고.
불안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나도 예쁜 생각만 하고 싶어서 다시 약을 먹게 되었는데 아직도 "약 먹더니 살찐 거 봐라. 관리해야겠다. 이겨내야지." 하는 주변인이 태반이다. 그분들께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려거든 남 신경 쓸 시간에 본인 앞가림이나 잘하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또 말없이 웃기나하고 말도 못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