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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un 15. 2017

그림자와 친구가 되다

바닥을 친 듯한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안도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 반등할 일만 남은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히려 SNS를 통해 남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며 일부러 바닥을 치기 위한 행위를 한 것만 같다.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얼까. 


그 행복은 알 것 같다가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참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 상대적인 불행(처럼 보이는) 늪에 빠질 때마다 약간의 박탈감이 들다가도 또 지금 현재 내 처지를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안도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월을 살면서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지는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어서인지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다. 예전같이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동을 결심하면 더 민첩하게 현명하게 또 여유를 갖고 움직이는 것 같다. 아무튼 분명히 달라지긴 했다. 내 30대는 20살의 내가 바라봤던 그 모습보다 훨씬 멋있고 현명하다. 20살의 내가 30대의 나를 만났다면 아마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동성 간의 사랑도 존재하는 법이니까) 


누구든 일주일에 몇 번씩이라도 감정의 골짜기에 빠져드는 것 같다. 또 그런 나쁜 기분이라는 놈도 지금은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항상 함께하는 놈이니까. 행복할 때엔 저기 어디 먼 곳에 그림자도 안 비치고 숨어있다가 혼자 조용하게 우울하게 앉아있으면 고개를 빼꼼히 들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눈도 안 달린 놈이 시선을 갖고 있다. 


근데 밝은 것은 잘 보여도 사람의 그림자는 잘 테가 나지 않는 법이니까. 술자리의 흥겨운 웃음소리는 퍼져나가도 내 마음속의 그림자는 누구 하나 눈치채기 쉽지 않은 법이거든. 그래서 더 좋은 것일지도 몰라. 이런 멍청한 눈 없는 놈이 내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 최후의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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