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가장 먼저 내려 놓았던 순간들에서 시작됐다

by 지니



나는 아이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돈을 모았고, 계획을 세웠고, 불안을 견뎠다.
그런데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이상하게도
그 모든 준비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다.
말로 가르친 순간이 아니라
말없이 지나갔던 순간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못했다.

부모님을 모시면서 맞벌이를 하였기에
바빴고,
여유 없었고,
늘 계산해야 했고,
자주 미안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이들은
내가 얼마나 해줬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디서 멈췄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올해는
아이들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성공한 아이 이야기도 아니고
잘 키운 엄마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순간들,
그리고
내가 아이들 덕분에
끝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조용히 적어보려 한다.
사랑은
대단한 말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내가 가장 먼저
나를 내려놓았던
그 사소한 순간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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