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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Jan 06. 2025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함께 보낸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지난 금요일, 중학교 배정 발표가 나던 날. 아이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들어왔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아이가 1 지망으로 지원한 학교에 떨어지고 가고 싶지 않았던 학교로 배정된 것이다. 아이가 우는 것도 당황스러웠고 1 지망 학교가 떨어진 것도 충격이었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이자 최근 몇 년간 1 지망이 미달이었던 학교였기에 나도 당연히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6학년 300명 중에 1 지망 떨어진 사람이 11명밖에 없는데, 그게 저래요. 왜 그게 저여야 하는데요!"

1 지망에 인원이 많이 몰린 학교는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이 되기 때문에 운이 나빴다는 것 외에는 이유가 없었다. 아이의 말에 억울함이 묻어났다. 아이는 그걸 부당하다고 느꼈고 그 마음을 달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아이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원하지 않았던 곳에서 3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이가 가지고 있던 학교 홍보물을 같이 보고 학교 홈페이지도 들어가 봤다. 유튜브에 나온 학교 영상들과 교복도 찾아봤다. 나조차도 그 학교에 대해 잘 몰라서 이것저것 검색도 해봤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상황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운'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는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나 또한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이는 앞으로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을 얼마나 더 많이 겪게 될까... 그럼에도 끝내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성장이란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 이러한 일들을 겪고 나아가며 좀 더 성장할 수 있길 바라본다. 


일요일 오후, 아이와 함께 새로 배정받은 학교를 걸어갔다 왔다. 오늘이 예비 소집일인데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길을 익히며 오는 중에 아이는 말했다.

"그래도 운동장은 넓네요."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까지 아파트 단지 안 초등학교로 등하교했었는데 이제는 횡단보도만 4번 이상에 인도와 차도 구분도 없는 골목길을 걸어가게 될 아이의 등하굣길이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아이에게 골목길에 차가 오는지 항상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신신당부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아이를 좀 놓아줄 때인가? 그럼, 이제 중학생인데...'

오늘도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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