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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그 어려움에 대하여

by 꿈꾸는나비

함께 보낸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딸아이 반에서 학폭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그 문제를 옆에서 지켜보니 참 어렵다.


평소 서로 장난을 종종 치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어느 날 활동시간에 가해학생이 제삼자에게 피해학생을 희화화했다. 제삼자는 딸아이에게 그걸 전달했다. 딸아이와 제삼자는 그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해서 쉬는 시간에 담임선생님과 피해학생에게 이를 알리고 가해학생에게는 심한 장난이니 피해학생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가해 학생은 즉시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담임선생님께 불려가 성찰문을 썼다.


이것이 내가 딸아이에게 들은 그날의 이야기가 다였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결국 이 일로 지난주에 교육청에서 학폭위가 열렸다고 했다. 그날 이후 가해 학생은 수차례 피해 학생에게 사과했으나 끝내 피해 학생은 사과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가해 학생은 교내에서 여러 차례 성찰문을 쓰고 상담을 받았고 부모님도 여러 차례 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해당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급의 다른 친구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 채 그냥 '뭔가가 있구나'하고 눈치만 봤다고 한다. 학폭위가 열리기 전날, 가해 학생은 딸아이에게 그날의 일을 구체적으로 작성한 진술서를 하나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피해 학생은 이 일로 정신과 진단서와 변호사를 선임해서 학폭위에 참석하는데 자기는 자신의 진술과 반성문 밖에 준비한 게 없다고 했단다. 딸아이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날의 일과 평소 둘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진술서를 써줬다고 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 경우를 처음 접한 나로서는 '학폭'이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 가해 학생 입장에서의 장난, 피해 학생 입장에서의 괴롭힘. 지속적인 사과에도 용서를 받지 못한 가해 학생, 용서하지 않은 피해 학생. 학폭위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겠다. 그때까지 한 교실 안에서 두 학생은 매일 서로를 마주하는 게 괜찮을까?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다른 친구들은 괜찮을까? 아이들을 책임지는 담임선생님은 괜찮을까? 피해 학생은 이 일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까? 가해 학생은 이 일이 평생 후회로 남을까? 이 일을 알린 딸아이는 이 사건이 학폭위까지 가게 될 줄 알았을까?


이 사건 이후로 피해 학생도 가해 학생도 예전 같은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둘을 지켜보는 딸아이도 마음이 무거울 텐데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로 학폭위가 열려 누나? 그럼 우리 반에서 벌써 한 열 번은 열렸을걸? 오늘도 누가 성찰문 쓰러 교무실 갔는데?"

"나도 이게 그 정도 일인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피해학생이 원하면 열리는 거래."

"그럼 어쨌든 기록으로 남잖아."

"응, 대학 가기 힘들어져."


아이들 대화에 '학교폭력'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단 한 번의 장난이 미친 영향이 너무 크다. 누군가에게 정신적인 충격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후회가. 추억으로 기억되어야 할 아이들의 꿈같은 시기가 악몽과 형벌로 기록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부디 학교 안에 더 이상의 폭력은 존재하지 않길. 누구도 상처 주고 상처받지 않길.

우리의 사춘기는 오늘도 어렵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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