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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불만을 자아내는 자아

by 꿈꾸는나비

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둘째의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니, 선생님들은 우리가 그 수업만 듣는 줄 아시나 봐요. 다음 주 수행이 4개예요. 선생님들 진짜 너무 이기적이에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어쩔 수 없지."

"어떻게 그래요."


"동네 미용실인데 왜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 왜 내가 시간이 되는 날만 예약이 다 찬 거예요?"

"그럼 다음 주에 자르자."

"안 돼요, 답답해서 꼭 이번 주에 잘라야 해요."


"그냥 엄마가 옷 사다 주면 안 돼요? 옷 사러 왔다 갔다 귀찮고 힘들어요."

"엄마가 마음대로 사다 주면 안 입을 거잖아. 알록달록 옷 사 온다?"

"아..."


지난주 내내 아이의 불평과 불만은 끝이 없었다. 수행준비에 학원 숙제로 책상에 앉아 구시렁구시렁... 세상 괴로워 보였다. 덥수룩해진 머리가 너무 답답하다며 갑자기 미용실 예약을 해달라고 했는데 예약이 다 차서 원하는 곳에서 자르지 못하게 됐다. 처음 간 미용실에 앉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뚱한 표정이었다. 부쩍 큰 키에 입을 옷이 없어 억지로 끌고 나가 이것저것 옷을 입혀보는데도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싫다고 하고는 죄다 검은색 옷으로만 사 왔다.


그런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다. 이제야 자기의 좋고 싫음이 확실히 생긴 거다. 사주는 대로 입고, 해주는 대로 군말 없던 아이는 이제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 많이 하는 말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이다. 내가 신경 쓸게 없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 이건 좋은 거다.


외출할 일이 있는 딸아이가 심심하니 동생에게 같이 가달라고 할 거라며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쟤는 내가 같이 가자고 하면 싫다고 안 해요. 자아가 없거든요."

나는 속으로 '아닐걸~'이라고 했다.

잠시뒤 동생에게 퇴짜맞고 혼자 외출하려는 딸아이. 내가 거길 왜 같이 가냐며 투덜대더니 점퍼를 챙기는 아들 녀석.

우리의 사춘기는 오늘도 잘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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