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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차카반도 지진(25.7.30.), 쓰나미 공포 속으로

지구촌 지구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캄차카반도(Kamchatka Peninsula)는 러시아 동쪽 끝에 있는 반도다. 면적은 472,300 km²로 한반도(223,903) km² 보다 2배 정도 된다. 동쪽의 태평양과 서쪽의 오호츠크해 사이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는 주도인 페트로파블롭스크까지는 대략 3140km 정도로 하노이~방콕 사이 정도 거리지만, 직항이 없어 흔히들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서 들어간다.


사실 러시아지만 서양 느낌은 없고 자연만 있는 거의 깡촌이다. 세계적인 화산(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나 자연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 꿈같은 지역이지만 모든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선뜻 가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차량편으로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결국 헬리콥터 투어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거의 100~200만 원은 족히 들어가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볼만한 것은 많지만 곰(정말 많다)과 모기(더 많다)가 결정적으로 망설이게 한다. 신라 석씨 왕조의 첫 번째 임금인 탈해 이사금이 캄챠카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Petropavlovsk-Kamchatsky's harbour, 위키미디어: Vfp15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스키 (Petropavlovsk-Kamchatsky, 인구 18만 명)라는 이름은 '베드로와 바울로'의 러시아식 명칭으로 이 도시 이름은 캄차카의 베드로와 바울로라는 뜻이다. 코략스키 화산(Mount Koryasky, 3,456m)이 근처에 있는데, 2008년에도 분화했다. 캄차카반도 전체 인구는 약 35만 명(2010년)이다. 캄차카반도는 행정구역상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의 캄차카 지방*에 속한다.


*러시아 행정구역: 크게 연방관구(8개, 행정구역이 아닌 일종의 그룹) 이하에 자치공화국(22개), 주(46개), 지방(9개), 연방도시(3개), 자치구(4개), 자치주(1개)


페트로파블롭스크의 위도는 52도 정도인데, 같은 위도에는 베를린, 런던, 암스테르담, 바르샤바 등이 있고, 55도에 위치한 모스크바에 비해 남쪽에 있다. 그러나 당연히 바다를 끼고 있어 난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덜 추운 편이다. 임업과 수산업이 주요 산업이고, 당연히 주변에 러시아군의 비밀기지들이 있다.


페트로파블롭스크에서 보이는 Koryaksky, Avachinsky, Kozelsky 화산, 위키미디어: kuhnmi


캄차카는 세계에서 가장 화산이 많은 화산부자이다. 약 160 개의 화산이 있는데 이 중 29개는 아직도 화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캄차카 지진 이후 유라시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인 클류쳅스코이(Klyuchevskaya Sopka, 4, 750m) 화산이 분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화산은 지난 2023년 10월에도 분화하여 10km 상공까지 화산재가 분출된 적이 있어 미국으로 오고 가는 항로가 지장을 받기도 했다.


이 중 19개가 캄차카 화산군으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전에는 이곳에 핵잠수함 기지가 있어 접근이 금지된 군사지역이었다. 화산이 많아 옛 탐험가들이 '불의 땅'이라 부르기도 했다. 화산 지형답게 유황온천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다. 야생 태평양 연어의 20%가 이곳에 와서 알을 낳고, 이때 곰들은 배를 채운다. 기후는 툰드라 기후와 냉대 습윤 기후다.


캄차카반도에는 곰들이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다. 농담 삼아 사람보다 곰이 더 많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이다. 물론 실제로는 사람보단 적지만 엄청나게 많기는 한데, 2023년 기준으로 캄차카의 인구는 약 29만 명인데 곰이 무려 15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52년 세베로쿠릴스크 지진


현지시각 기준으로 1952년 11월 4일 새벽에 캄차카반도 동남쪽 세베로쿠릴스크지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지역은 과거 수차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하고 있다. 캄차카반도 동쪽 지역에서 북미판과 태평양판이 만난다. 따라서 화산이 아주 많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워낙 오지라 관광으로 얻는 수입은 적다.


쿠릴열도 지진도_USGS.png 쿠릴열도의 지진발생지도, 우측상단에 1952년 M9.0의 표시가 보인다, 출처: USGS


1952년 11월 5일 오전 5시경 당시 러시아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SFSR) 쿠릴 열도 북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그 규모는 무려 9.0에 달하였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었다. 그 후 1960년 칠레 발디비아 지진(규모 9.5), 1964년 알래스카 지진(9.2),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9.2), 2011년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98.0) 등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역대 지진 강도 5위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에 비해서는 사망자(총 2,336명 추정)는 적은 편인데 이는 알래스카 지진이나 발디비아 지진과 마찬가지로 지진이 다행히 인구가 적은 오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진으로 인하여 10~40분 사이에 사할린 북부, 쿠릴 열도와 캄차카 반도에 쓰나미(지진 해일)가 몰려들어 사망자는 그 지역 거주 인구에 비하여 많이 나온 편이다. 이 쓰나미는 하와이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첫 쓰나미 발생 시 인구 대부분은 고지대로 피난했는데, 세베로쿠릴스크로 복귀했을 때 가장 컸던 두 번째 쓰나미가 덮쳤다. 세 번째 쓰나미는 작았다. 세베로쿠릴스크 전체 인구 6천 명 중 1,200명이 죽었고, 남은 생존자들은 러시아 본토로 송환되었다. 이후 세베로쿠릴스크는 더 높은 위치에 다시 세웠다.


2025년 캄차카 반도 지진 & 쓰나미


캄차카지진_02_20250730.jpg 2025년 7월 30일 오전 캄차카 지진 진앙, USGS


2025년 7월 30일 현지시간 11시 24분(한국시간 8시 24분) 규모 8.8, 최대진도 VIII의 강한 지진이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동남쪽으로 136㎞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는 진원의 깊이는 21.5㎞로 발표했다.


kamchatsky 8.8, moment tensor.png 2025년 7월 30일 캄차카지진의 모멘트 텐서, USGS


최초 단층의 주향방향은 동북-남서 방향이고, 총길이 390km, 폭 140km의 역단층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단층의 이동거리는 10.5m이다. 이 지역의 태평양판은 83mm/y의 속도로 북미판 아래로 침강하고 있다.


이 지진은 동일 해역에서 난 1952년 지진 이후 73년 만에 가장 큰 지진으로 알려졌다. 원래 지진이 잘 일어나는 곳인데, 워낙 인구가 적어 관심도가 떨어져서 이번만큼 큰 지진이 아니고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지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인접 지역과 태평양 주변국에 미칠 쓰나미 우려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2011년 발생한 도호쿠 지진(M9.0)과 같은 판구조에서 일어나 (거리는 멀지만) 같은 구역으로 쓰나미 트라우마가 떠오른 것이다.


2025년 7월 30일 일본 기상청의 쓰나미 경보
쓰나미경보_NOAA 2025-07-30.png 미국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 쓰나미경보


실제로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지역부터 쓰나미가 관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다행히 큰 쓰나미는 없는 것 같은데, 일본 주변은 0.3~0.9m, 하와이 주변은 1.5~1.8m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놀라운 것은 현재까지 이번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직접적인 사망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피난 가던 50대 여성이 자동차 추락으로 사망한 것이 유일한 듯하다. 태평양 지역은 하와이 포드섬에 위치한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acific Tsunami Warning Center; PTWC)>를 중심으로 지역을 관할 영역을 구분하여 몇 개의 지역경보센터와 각국의 지진해일 감시망을 구축하여 쓰나미에 대응하고 있다.


지진은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거의 한달간은 잇달아서 여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에는 해안가에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쓰나미 자체도 무섭지만 이 물살에 떠내려 오는 각종 물건(배, 자동차, 집부터 온갖 가구 등)이 사람과 물건을 때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쓰나미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쓰나미의 크기를 규정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아직도 쓰나미의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쓰나미는 수심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데, 깊은 바다에서는 빠르고, 해안가로 다가올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가령 대양에서는 800km/h, 10m 수심에서는 46km/h로 느려진다 (정확한 속도는 수심 X중력가속도를 한 수치에 제곱근). 1960년 칠레 발디비아 지진 때는 칠레에서 일본까지 평균 750km/h로 이동했다. 하지만 수심이 얕은 곳으로 접근할수록 파고의 높이가 커져서 이 때문에 인명/재산 피해를 입게 된다.


2004_Indonesia_Tsunami_edit_NOAA.gif 2004년 동남아시아 지진 시의 쓰나미 진행도, 위키미디어: NOAA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었다(허목 선생의 덕인가...). 중간에 일본이 쓰나미를 막아주는 구조라 다행이다. 하지만 일본은 북해도, 산리쿠 앞바다의 후발지진을 염려하고 대비하는 모양이다. 일본기상청에 따르면 발생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세계적 사례를 고려하면, Mw7.0 이상의 지진 발생 후 7일 이내에 Mw7.8 이상의 후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대략 백 번에 한 번 정도(Mw8.0 이상의 지진 발생 후에 Mw8 클래스 이상의 후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대체로 열 번에 한 번 정도)라고 한다.


캄차카 반도는 영화 <반지에 제왕>에 나오는 중간계 비슷한 땅이다. 불과 화산의 나라로 살아있는 지구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다. 우리에겐 가깝지만 먼 나라, 먼 장소로 낯설다. 언젠가 캄차카에 가서 지구의 숨결을 느껴 보고 싶다. 설마 샤우론이 있지는 않겠지...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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