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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짓수 하면 나와 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by 제니앤


가끔 여성가족부에서 아이들 이름으로 우편물을 보내 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가슴이 철렁하는데, 우리 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정보가 그 우편물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정보를 고지하고 조심하라는 뜻에서 보내주는 것이지만, 받을 때마다 마음이 영 불편하고 찝찝하다.


딸만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이 범죄의 피해자가 된 소식을 듣노라면 마음이 심란하다.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딸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어쩌면 이런 내 심리의 연장 선상에서 주짓수를 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격투기를 잘하면 나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마음. 그럼 정말로 주짓수를 하면 여자가 자신을 공격하려는 남자를 제압할 수 있을까?


주짓수 기술 중에는 상대의 경동맥을 차단해서 기절까지 하게 만들 수 있는 조르기(초크) 기술, 암바처럼 상대의 관절을 꺾어 힘을 못 쓰게 만드는 관절기 등 실전에 유용한 호신 기술이 있다. 3~4년 간 주짓수를 열심히 수련하면 주짓수를 전혀 배우지 않은 남자를 여자가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무시하긴 어렵다. 나는 키가 155cm 에 몸무게는 50kg 정도로, 작고 왜소한 편이다. 이런 몸에서 나오는 힘과, 키가 180cm에 몸무게 80kg이 넘는 사람의 힘은 애초부터 상대가 안 될 만큼 다르다. 게다가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다가온 사람이라면 그 힘이 더 증폭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이때에 오히려 어설프게 기술을 쓰려다가 역으로 힘에 눌려 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 상황에서는 차라리 호신용 스프레이를 써서 재빠르게 모면하는 것이 주짓수 기술을 쓰는 것보다 낫다.


그러면 주짓수가 호신에 전혀 쓸모가 없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를 공격하는 상대는 내가 반격하리라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배운 몸의 동작이나 기술을 통해 상대가 예상치 못한 틈을 만들 수 있고 그 틈을 이용해 재빠르게 위기 상황에서 모면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한 격투기를 배운다는 것은 실전 싸움을 사실상 연습해보는 것과 같다. 많이 연습한 사람은 실전에서 떨지 않는 법이다.


호랑이가 잡아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데, 보통은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그런데 주짓수를 배우면서 이제 정신은 차릴 수 있을 것 같달까. 내가 호랑이를 완전히 제압할 순 없을지라도 위기 상황을 벗어나 나 자신은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이런 작은 자신감이, 이 험한 세상이 나와 아이들을 잡아먹을 것 같다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여성가족부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으면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무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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