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3일 만에 다 읽었다. 마지막 장을 확인하고는 뭐야, 벌써 끝났어? 했다. 좋은 글과 이야기는 언제나 영감을 준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우와 소리, 채운의 세계에 푹 빠졌다가 나오고 보니 왠지 나는 소설은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소설엔 갈등이 필수적이다. 이 갈등은 인물들에게 고통을 부여하고 그 고통 속에서 헤매고 헤쳐 나오는 인물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이입하고 응원하면서 이야기를 즐겨 나간다. 이 소설 속에서도 엄마나 아빠를 잃은 소년, 소녀의 괴로움과 고민에 나 역시 흠뻑 빠져들었었다.
나는 사실 고통을 직면하는 게 두렵다. 내 삶의 고통을 직시하기도 이렇게나 어려운데, 남의 고통을 보고 그걸 글로 써내려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졌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뉴스도 신문도 잘 안 보는 나다.
소설을 읽고, 소설 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재미는 있는데, 내가 이걸 쓸 수 있겠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 잘해야지. 내 삶부터 진실하게 바라보고, 고통에서 도망치지 않고, 내 것부터 제대로 쓸 수 있게 해 봐야지.
남의 얘기를 쓰고 다른 세계를 창작하기 전에, 일단 나부터.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