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앤 Nov 05. 2024

아이 방 만들기는 진행 중

내년이면 첫째가 초등학교에 간다. 벌써 학교에 가다니, 문득문득 놀라운 마음이 든다.


그동안 아이 방 없이 침실, 놀이방, 부부 서재로 방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클수록 점점 자기 방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쳐 왔다. 학교 가면 방 만들어줄게, 라며 넘기곤 했었는데 어느새 정말로 학교 갈 때가 된 거다. 


아이 방을 만들어주면서 아이 침대와 책상을 사기로 했다. 처음엔 어떻게든 저렴하게 사 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브랜드 가구가 아니면 제주도까지 배송을 해주지 않았다. 배송을 해준다고 해도 배송 시 파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이 방을 이미 만들어준 선배 엄마들의 말을 들어 봐도 싸게 해결하려다가 몇 년 동안 삐그덕거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며, 그냥 브랜드 가구를 사라고 조언했다. 


11월, 남편이 연차를 내서 같이 키즈 가구점에 갔다. 아이 가구들이 다 얼마나 예쁜지 눈이 돌아갔다. 백만 원, 2백만 원 큰 돈이 들어도 왠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리바트 키즈



이렇게 예쁜 침대라면 분리 수면도 기분 좋게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빨리 분리 수면 성공해서 우리 부부도 바닥 생활 청산하고 침대 사고 싶다. 

거실에 이런 책상을 둬서 엄마가 공부도 도와주고 서재처럼 활용하면 좋겠어. 

거실 공부방 왠지 멋지다.


이러면서 단꿈에 젖었다. 


부부끼리 다녀온 가구점에, 주말엔 아이들도 데려갔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침대에 누워보고, 책상에도 앉아보면서 즐거워했다. 하루빨리 집을 정리하고 자기 방을 만들어달라는 성화가 시작됐다.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내가 처음으로 방을 가졌던 때를 떠올렸다. 


부모님은 내게 에메랄드 빛 책상책장 세트를 사주셨었다. 거기에 앉아 반들반들하게 코팅된 책상과 책장을 몇 번이고 만져봤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6살 어린 동생이 학교에 갈 때쯤엔 이층 침대를 사주셨는데, 나는 2층에 자는 걸 재밌어 하다가도 종종 무서워 하곤 했다. 그렇게 침대에서 내려와 안방에 슬그머니 들어가 엄마 발끝에 몸을 웅크리고 잤던 기억도 났다.


예뻐도 튀는 색은 사지 말아야지, 곧 질려 버릴 테니까. 벙커 침대나 이층 침대가 공간 활용에 좋아도 높은 데서 자는 건 왠지 불안해. 침대 기능만 있는 걸로 사야겠어. 


어릴 적의 기억은 이렇게 아이 가구를 사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집에서 아이의 방을 만들어준다는 게 경제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님을 겪으며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 방을 만드는 일은 마치 내 방을 만드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다. 어서 비우고 비워 아이 가구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야지. 아이가 그 방에서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전 16화 나는 소설은 못 쓸 것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