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명절 연휴가 지나고 드디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 되었다. 열흘 간 집에서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한 탓에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 둘째가 18개월이 지나면서 자아가 더 생기고 말도 늘고 요구사항도 많아지면서, 연휴 내내 안아달라는 통에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남편 : 애들 드디어 갔네. 이제 좀 쉬어.
나 : 아냐, 주짓수 갈 거야. 이상하게 주짓수 가면 허리도 안 아파. 그리고 땀 쭉쭉 빼고 오면 기분도 상쾌하고 없던 힘도 나는 것 같아.
남편 : 음, 엔도르핀 덕분이지. 통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놔 주거든. 그런데 우리 몸에서 그 모르핀보다 더 강력한 물질이 나와. 그게 바로 엔도르핀이야. 주짓수할 때 당신 몸에서 엔도르핀이 나와서 아프지도 않고 힘도 생기는 거야.
응? 엔도르핀? 옛날에 황수관 박사님이 막 행복 강의하시고 웃음 치료 유행할 때 들었던 그 엔돌핀? 자고로 남편 말은 검증해 보는 맛. 검증 들어가 보자.
일본의 의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뇌내혁명』 의 저자인 하루야마 시게오는 그의 책에서 엔도르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로 뇌에는 모르핀보다 1백 배 정도 강력한 작용을 하는 마약이 존재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 물질을 '뇌 속에 존재하는 내인성 모르핀 (endogenous morphine)' 이라는 의미로 줄여서 '엔도르핀 (endorphin)' 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비되는데 여기에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노화를 방지하며 자연 치유력을 강화하는 대단히 뛰어난 약리 효과가 있다.
오, 남편의 말이 맞았다.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우리가 느끼는 통증에 대한 진통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주며,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까지 줄여 주어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마약인 모르핀은 중독되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이 엔도르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중독으로 인한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아,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천연 마약이라고도 불린다.
이 좋은 엔도르핀이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나온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도 엔도르핀 분비로 인해 겪게 되는 현상이다. 달리면서 숨이 차 죽을 것 같은데 그 순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다 보면 힘듦이 사라지고, 이상하게 상쾌하고 기분 좋은 쾌감이 밀려온다는 러너스 하이. 남편 말대로 엔도르핀이 내가 주짓수를 하는 동안에도 분비되어서 허리 통증도 없어지고 활력도 생겼던 거였다.
엔도르핀이 꼭 달리기나 주짓수를 해야만 나오는 호르몬은 아니다. 어떤 운동이든 적당한 강도로 꾸준히 지속할 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운동뿐만 아니라 행복한 일을 경험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도 나온다.
하루야마 시게오 박사는 『뇌내혁명』에서 엔도르핀 같은 강력한 쾌감 물질이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마치 신이 인간에게 즐겁게 살라고 계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건강에 좋은 운동을 할 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일들로 인생을 누릴 때 우리 몸도 그것을 기뻐해서, 더 행복감을 느끼라고 호르몬을 내보낸다. 우리의 본질이 이러한데 굳이 행복해 하지 않을 이유가 무얼까? 주짓수든, 음식이든, 여행이든, 무엇이든 나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키는 일을 계속 해 보자. 이 천연 마약에 취해 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는 거다.